대추, 밤, 감을 제상에 올리는 이유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과 같이 가장 풍성한 철이 추석이다. 추석이 되면 조상의 슬기가 배어있는 제수(祭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과일을 쓸 때 최소 三色은 쓰도록 하여 대추, 밤, 감을 쓰는데 책에서 그 의미를 읽고서 감탄한 적이 있다.
○ 대추를 쓰는 이유
뒷마당에 있는 대추나무에서 대추 열매가 열릴 때 무심코 보아 넘겼지만, 대추나무에 꽃이 피면 비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반드시 열매를 맺고서야 그 꽃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반드시 후손을 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백 때 시어머니가 신부 치마폭에 대추를 한 웅큼 던지는 것은 대추 열매 열리듯 자식을 많이 낳아 자손을 번창케 하라는 것이다.
○ 밤을 쓰는 이유
씨앗이 자라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생기고 열매를 맺는 이치는 다른 나무와 다를 바 없지만, 밤은 나무가 아름드리가 되어도 처음에 있던 씨밤은 썩지 않고 그대로 뿌리 밑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상과 자손의 영속적인 연결을 의미한다. 그래서 조상을 모시는 위패는 밤나무로 깍아서 쓴다. 요즘 상품화되어 나오는 위패는 그렇지 못한데 밤나무의 상징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감을 쓰는 이유
과일을 쓸 때 한강 이북지방에서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데도 감은 꼭 쓴다. 그것은 감이 지닌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감씨를 심어도 감나무는 되지 않고 고욤나무가 된다. 그래서 3~5년 뒤 고욤나무 줄기를 째고 감나무가지를 접붙여야 감나무가 된다. 이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울 때는 고통이 따르며 사람이란 무릇 배워야 한다..
제수(祭需)를 차리는데도 이렇듯 의미를 두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이 그 이후 제물을 진설하면서 조상의 가르침을 배우며 그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
*참고자료 : 홍일식 지음(정신세계사) "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 중 '제사상위의 교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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