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시 '겨울산은'
겨울산은 김장호 깨치는 자의 눈뜨는 소리 허울 벗는 소리로 한겨울 산속은 금가루를 날리며 이리도 소란한데, 챙겨 입느라 두텁게 매연까지 걸치고 소리를 죽인 하계(下界)를 내다보며, 벗어나야지, 벗어나야지, 벗어나는 자는 누구며 벗을 줄 아는 자는 누군가, 모를 일 없는 아는 일 투성이로 외투를 껴입은 안다는 사람 벗는 적 없고, 속임수만이 눈발처럼 휘날리는 이 헛헛한 세월 속에서 벗어나야지, 벗어나야지. 벗고 벗은 끝에 마지막 육신까지 벗는 날에도 이렇게 땀땀으로만 쳐다보게 되는 걸까 겨울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