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이 피는 봄이 오면 고려시대 시인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는 배꽃의 청정함과 운치가 살아있는 시조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 춘심(一枝 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달빛에 배꽃이 피는 하얀 밤, 소쩍새까지 울어대니 애상의 봄밤이다. 달빛과 배꽃의 시각에 소쩍새 청각까지 이입하였다. 올해는 배꽃이 피는 순백의 꽃차례가 지나갔지만, 다시 내년을 기약해본다. 배꽃을 만나보고 소쩍새 울음소리까지 기다리려 한다. 철이 바뀌면 다음 계절이 오고, 때가 되면 봄이 온다. 그때는 달빛 비치는 배꽃 아래서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려 한다. 배나무 / 심학산 (경기도 파주. 2011.5.7) 배나무 / 심학산 (경기도 파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