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조망이 좋은 산 32

율리봉-견우봉 / 조용한 겨울산

율리봉(587), 예빈산(590), 견우봉(590) 조용한 겨울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2011.1.29. 맑음. -9~-5℃) 운길산역-진중리-율리봉-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조개울-팔당역 (약10㎞. 5시간) 진중리에서 율리봉으로 오르면, 산길이 부드럽고 산 위로 오르며 한강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맛이 좋고 풍광도 그만이다. 조선중기 오랑캐를 물리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던 곳이라 진중(陣中)이라 이름 붙인 곳이다. 산길은 조용하고 겨울 강도 조용하다. 다산 정약용이 '만 가지 움직임은 한 가지 조용함만 못하다' 하였는데 이곳 산천경개가 그러하다. 오직 북사면을 넘나드는 바람소리와 사람이 머무는 양지바른 곳에 까마귀만 오락가락하며 겨울 맛을 낸다. 다산이 걸었던 겨울 산길도 이러할까. 두물..

운길산 / 겨울 담금질

운길산 (610m) 겨울 담금질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0.12.26. 맑은 후 흐림. -14~-5℃)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오거리-새재고개-억수농원-어룡마을-도심역 (4시간 반) 올해는 기록적인 날씨가 많았다. 폭설에 폭염에 폭우에 혹한까지 있었다. 30년 만의 혹한인 성탄절 다음날, 찬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아침에 집을 나섰다. 떠나야 겨울 산을 맛볼 수가 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날씨가 추운 겨울은 사람만이 아니라 나무에게도 시련이다. '자연에도 늙는다는 것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계절이 바뀌고 잎새가 떨어지는 것은 나무가 옷을 갈아입고 새봄에 성장을 기다리며 꿈쩍 않고 지내는 탈의 시간이다. 담금질을 하며 스스로 단련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나무가 그렇고 뭇 생명들을 품은 산이 그..

해명산 낙가산 / 아름다운 갯벌을 보며 걷는 석모도 산길

해명산(327) 낙가산(235) 아름다운 갯벌을 보며 걷는 석모도 산길 인천 강화군 삼산면 (2010.12.12. 맑음.-8.7~1℃) 전득이고개-해명산-새가리고개-낙가산-보문사주차장 (4시간) 강화도 외포리선착장에서 버스에서 배로 바꿔 타고 석모도로 가는 바다를 건넜다. 석모도 산길은 우두머리 갈매기가 끼욱끼욱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전득이고개에서 시작한다. 산으로 오를수록 바다는 넓어지고 이제 막 썰물이 나가는지 갯벌도 점점 넓어진다. 히얀도 하지. 사람들은 어떻게 바닷물을 밀고 당기는 것이 달님이 하는 것임을 알았을까. 방죽 안은 논이고, 그 바깥은 갯벌이라 멀리 보아도 물 나간 흔적이 걸쭉하다. 갯벌에 사는 사람들은 물때를 알아 이곳 갯벌에서 먹고 살아갈 것을 찾는다. 강화도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예빈산(직녀봉)-견우봉 / 팔당호 내려보는 그림 한 폭

예빈산(직녀봉)(588m), 견우봉(581m) 팔당호 내려보는 그림 한 폭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 2리 (2010.11.20) 팔당역-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조개울-팔당역 (3시간 20분) 예봉산에서 율리고개를 거쳐 내려온 능선은 예빈산과 견우봉을 솟구쳐 조망처를 만든다. 이곳에서 내려 보는 조망은 아름다운 그림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하염없이 본다. 강물은 넓고, 산 밑은 넉넉하다. 두물머리에서 만난 물은 느릿느릿 산을 적시고, 산에 걸친 구름은 떠나갈 줄 모른다. 바위에 앉아 떠나지 못하는 사람과 같다. 이상 예빈산과 견우봉 정상에서 / 2010.11.20

검단산 / 단풍은 가는 길 쉬어가는 일

검단산(650m) 단풍은 가는 길 쉬어가는 일 경기도 하남시 (2010.10.24) 창우동-유길준묘-585봉-검단산-솔밭-창우동 (3시간) 단풍이 든다는 것은 나무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나무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가을을 보낸다. 이제 깊은 잠들어 초록빛 잎새를 피울 날을 기다린다. 잎 떨구어 가는 길 쉬어 가는 것이 생을 다하는 것이 아니요 한 잎 붉어지고 한 잎 떨어지는 일이 끝이 아님을 안다.

심학산 둘레길 / 북녘 땅이 보이는 아름다운 산길

북녘 땅이 보이는 아름다운 산길 심학산(尋鶴山 192m) 둘레길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2010.10.9. 맑음) 서패리 꽃마을-배밭-정자-약천사-배수지-정상-정자-배밭-서패리 꽃마을 (약 5.5㎞. 2시간 40분) 문산 가는 자유로에서 파주 출판단지로 들어서면서 오른쪽에 나지막한 산이 심학산이다. 영조 때 궁중에서 잃어버린 학(鶴)을 이 산에서 찾았다(尋) 하여 심학산이라 이름을 붙였다. 심학산이 자리 잡은 교하(交河)는 한강과 임진강 두 물이 만나는 곳으로 예로부터 풍수설에 천자가 나올 자리라 하였다. 그래서 세자 때 민심을 살폈던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자 1년간 토목공사를 하기도 하였다. 신하들의 격렬한 반대와 명나라 요청으로 후금을 치는 지원병에 대한 경비 조달 문제로 그만 두었지만 천도 후보지로 ..

견우봉, 직녀봉 / 다산이 걸었던 산길

견우봉(590), 직녀봉(예빈산 590) 다산이 걸었던 산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2010.3.13) 팔당역-조개울-견우봉-직녀봉(예빈산)-율리고개-팔당 2리 마을회관-팔당역 (4시간) 그제 온 눈으로 산길은 또 눈길이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진 소나무가 많다. 이번 겨울은 눈이 참 많았다. 그래도 개울가엔 버들개지가 피고 나뭇가지에움이 튼다. 봄은 개울가에서 오고 있었다. 이제 잎 나고 꽃도 곧 필 것이다. '사람도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고 하신 법정스님 말씀대로 늘 깨어있어야 함을 배운다. 차에서 내린 팔당(八堂)은 '바댕이'가 토박이 말인데, 강가에 넓은 나루가 있어서 바다나루란 뜻을 가졌다. 조개울을 지나 견우봉에 섰다. 다산이 태어나고 묻힌 마현마을이 눈앞..

화야산 고동산 / 북한강 굽어보는 맛이 청량하다

화야산(禾也山 755m), 고동산(固同山 600m) 북한강 굽어보는 맛이 청량하다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설악면 (2010.3.6) 솔고개-회곡 2리 마을회관-임도-화야산-고동산-삼회 2리 (6시간 반) 화야산은 용문산에서 청평호 쪽으로 뻗어 나온 산줄기 중 가장 높은 산이다. 북한강도 굽어보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 길게 이어져 늘 청량하다. 봄 여름엔 야생화가 넘쳐나 산행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이번엔 가장 깊은 쪽 산길 설악면 솔고개에서 시작하였다. 지명이 설악이라 설악산 가는 줄 알고 버스를 잘못 탔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는 곳이다. 솔고개가 있는 마을이 하율림인데 옛날엔 아래밤가시였다. 솔고개 오른쪽 배치고개는 양평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이 고개가 험하여 '숨이 차다' '숨이 바치다'란 뜻으로 '바..

설악산 울산암봉 / 동해 푸른 바다를 보는 전망봉

설악산 18 동해 푸른 바다를 보는 전망봉 설악산 울산암봉(1002m) 강원도 고성군(2010.2.6. -13~-3℃. 맑음) 산길 따라 산에 들면 물길도 산길 따라간다.설악을 적시고 동해바다로 가는 물길이 아름답다. 신령님이 구경거리로 숨겨둔 물길일 것이다. 물길을 건너면 산길이 보이는 곳에 큰 바위산 울산암봉이 떡 버티고 있다. 조물주가 천하에 으뜸 가는 경승을 만들고 싶어서 온 산 봉우리들을 금강산으로 불러서 심사를 하였다. 울산에 있던 울산바위도 뜻이 있어 길을 나섰는데, 동해 절경을 구경하다 그랬는지 그만 늦어버렸다. 아쉬움을 삭혀도 이미 늦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겸연쩍어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금강산 가는 길목 고성 땅 미시령 고개 아래 터를 잡았다. 모를 일이다. 다시 고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