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下宿)에 대한 추억
하숙은 1920년대 초 처음 등장한 말이다. 도시가 생겨나고 유학생과 직장인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로 와서 살면서 생겼을 것이다. 새 학기초 대학교 담장에는 하숙생을 찾는 쪽지를 붙이고 하숙생을 찾고 있다. 요즈음은 합방인 경우 30~35만 원이 최저선인 듯하다. 유학생이 치러야 할 만만치 않은 돈이다. 대학가 하숙촌에도 대학생 보다 직장인이 늘어나고 대학생은 고시촌이나 원룸으로 밀려간다니 향토장학금을 줄여보려는 유학생의 선택일 것이다. 그만큼 하숙집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옛날 하숙집 낭만을 찾기도 어려워졌을 것이다. 내가 하숙할 때만 하여도 하숙집 주인아주머니인심이 좋아서 친구들이 점심밥 먹으러 수시로 들락거리고, 생일 때에는 돼지갈비 잡채에 포도주까지 차려주었는데 그래도 딴 사람들 보다 하숙비를 덜 받았다. 매일 아침 새벽밥을 먹고 영어특강 들으러 갔는데 영어특강 듣지 않는 학생은 우리가 하숙생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수돗가에 모여 빨래를 하고, 한달에 한두 번 양동이에 막걸리 받아 파티를 하고 … 하루 종일 햇빛도 들지 않는 방에서 책상 밑까지 발을 뻗어야 잘 수 있는 방이었지만 모두 열심히 했었다. 그 사람들 학교 강단, 국회, 행정관처, 은행, 기업체로 흩어졌고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을 텐데 어떻게 변하였는지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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