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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호박에 대한 단상

향곡[鄕谷] 2008. 3. 12. 21:42

  

호박에 대한 단상

 

 

 

                     호박                                                

                                        정약용

           

             호박으로 죽을 쑤어 근근이 때웠는데           

            어린 호박 다 따먹고 늦게 핀 꽃 지지 않아           

            호박 아직 안 맺으니 이 일을 어찌 하랴          

                             

 

詩로 보아 茶山도 호박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었던 모양이다. 넉넉치 못한 백성에 대한 깊은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다.   어릴 때 뒷마당 터밭과 이어진 산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거름 한번 넣고 호박씨를 군데군데 되는대로 심어놔도  강하고 모질어서 덤벙범벙 잘 자란다.

 

우리 식구에겐 호박에 대한 깊은 사연이 있다. 아버지의 월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때가 있어서 양식 걱정이 현실로 되었다. 그래서 호박범벅이 구황책으로 우리 집 밥상에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밥상에 그리 오랜 기간을 올라온 것은 아니나  그 뒤 호박범벅을 싫어하는 동생이 생겼다.

 

산후 부기를 빼는데 좋아서 일부러 갈무리 했다가 쓰기도 하고 영양가 많은 애호박을 썰어 겨울철 영양 보충에 쓰기도 한다. 호박이 넝쿨 채 들어와 호박이 복이 되는 시대이다. 휴일 집에서 늙은 호박을 긁으며 어릴 때 있었던 일을 생각하였다.

                                                                                 

     (20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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