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力' 서예 한 점
학창시절 비가 많이 오던 여름밤 설악산 양폭에서 있었던 일이다. 난처한 처지에 있었던 스님 한 분을 거들어 드린 일이 있었다. 난처한 처지는 굳이 밝힐 일은 아니며 스님은 경황이 없었다. 그러고 1년 뒤. 늦은 봄 써클 친구들과 인사동으로 전시회 구경 갔다가 전국서예전에서 특선을 받은 그 스님이 쓴 서예 한 점을 만났다. 묵직한 글씨 '力'자는 화선지를 박차고 살아 움직이듯 힘이 넘쳤다. 같이 구경하였던 써클 친구가 그 글씨를 받고 싶어서 두 달치 하숙비나 되는 돈을 가지고 찾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친구는 스님으로부터 그 글씨를 받지 못하였다.
그 해 여름 학기말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서 그 스님을 만났다. 설악산에서 도와주어 고맙다며 바랑에서 꺼낸 붓글씨 한 점을 내밀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철수하여 바랑에 넣어다니던 문제의 그 글씨였다. 나는 극구 못받겠다 하니 성의로 생각해 달라며 또 한점의 글씨를 꺼냈다. 어른이 계시는 방에 걸라며 던지듯이 손에 쥐어주고 뒤도 안보고 가버렸다.
그 뒤로 다시 그 스님을 만나지는 못하였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떠난 스님을 어찌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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