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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장 담그는 일

향곡[鄕谷] 2008. 3. 8. 21:55


장 담그는 일  

메주콩에서 아버지표 된장까지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 월별로 장 담글 때 해야 할 일을 노래하고 있다. 장 담그는 일이야 말로 인간의 요긴한 일이다. 어릴 때 메주를 쑤는 날엔 온 식구가 나서야 한다. 전날에 포대를 들고 산에 올라가 가랑잎 등 땔감을 준비하였다. 메주를 쑤는 새벽에는 우물에 나가  어머니가 콩을 씻는데 두레박으로 물을 길었다. 가마솥에 메주콩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콩 삶는 증기로 부엌이 자욱하여 얼굴도 잘 안보였다.

 

찐 콩은 무명으로 싼 주머니에 담아 메주틀에 넣어 밟는다.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그 사이 아버지는 이웃에서 볏짚을 구해 물에 축여두신다. 메주틀에서 메주가 나오면 그것을 옮겨 짚을 꼬아서 엮는다. 그렇게 동여 멘  메주를 통나무 기둥에 달면 그날 일은 끝난다.  

 

장 담그는 날은 따로 잡아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장독에 금줄을 쳐서 주변을 깨끗이 하였다. 담근 장에는 숯을 담그고 붉은 고추를 띄웠다. 호기심 많은 귀신이 숯구멍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붉고도 매운 고추에 놀라 귀신이 달아나리라 여긴 것이다. 

 

한 집의 입맛은 장맛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고, 며느리가 잘 들어오면 장맛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다. 이젠 집집마다 장 담그는 일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어른들이 쑨 장을 가져와 먹기가 바쁜데 이제라도 배울 일이다. 어느 집에서나 된장국은 식탁에 오르는 필수식품이다. 나도 가끔 된장국을 직접 끓여 식구들에게 제공한다. 아버지표 된장국은 식구들이 요청하는 나의 특선요리이기도 하다.

 

 

 

 

 

메주 / 강화도

 

  

 

메주 / 전북 부안군 변산

 

 

 

된장독 / 우리 집 (2008.3.2)

 

 

 

메주 / 경북 안동

 

  

메주 / 경북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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