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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나무

호두나무 / 두드려야 하는 나무

향곡[鄕谷] 2009. 6. 28. 11:52

 

호두나무

두드려야 하는 나무

 

 

과명 : 가래나무과

다른 이름 : 호도나무

분포 : 중부이남

개화 4~5월, 결실 9~10월

높이 : 20m

용도 : 식용, 가구재

 

 

 

어릴 때 집에 큰 호두나무가 있었다. 가을에 추수를 하면 큰 말로 서너 말은 수확하였다.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호두를 털면 담 밖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르르 몰려다니며 주워가곤 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에 부럼 깰 때는 우리 집에서 추수한 호두를 썼다. 호두를 신문지나 다듬이돌에 올려놓고 망치로 꼭짓점을 조준하여 깨뜨리면 사방으로 열매가 흩어지는 법이 없다. 호두껍질을 깨면 네 개의 방에 갇혀 있던 속살을 꺼내 먹게 되는데 고소한 맛에 몇 개 더 먹으려고 하면 배탈 난다고 많이 먹지 못하게 하였다.

 

어릴 때 '호두라 하지 않고 '추자'라고 하였는데, 학술적으로는 호두나무와 같은 과인 가래나무가 추자나무라는 것이다. 호두는 2개에서 3개 정도가 모여 열매가 맺히는데, 가래나무는 한꺼번에 여러 개가 이어 달린다. 산에서 자라는 가래나무 중에 개추자나무가 있다.

 

호두는 열매모양이 복숭아와 닮았다고 '호도'라고 이름을 얻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호두로 부르면서 호도와 같이 쓰고 있다. 호두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유럽에서는 신이 먹는 과실로 신성시하고 결혼 축제 때 많이 쓴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이 유명한데,  소녀가 크리스마스 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았는데, 꿈속에서 그 인형이 쥐의 대군을 물리치고 다시 왕자로 변하여 과자의 나라로 안내한다는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가 원본이다.  

 

천안은 호도과자가 유명하다. 700여 년 전 고려 중엽에 천안 출신 고관인 유청신이라는 사람이 원나라에 갔다가 호두를 가져와서 심어서 퍼뜨린 것이 시작이라는데 천안 명물로 자리 잡았다. 병자호란이 지난 후 청나라에 혼이 난 백성들이 호두를 깨면서 '오랑캐 깨자'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속담에 개와 호두나무와 마누라는 때려야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 세상에 마누라에 대해 그런 말 했다가는 큰 일 날 일이다. 우리 집 호두나무는 풍년 들라고 때리지는 않았는데, 호두나무가 몇 백 년동안이나 맞아서 그러한지 줄기가 터져 금이 가고 갈라졌는가 보다.

 

 

 

 

 

호두나무 / 안동 묵계리 (2016.4.24)

 

 

 

 

   

호두나무 / 안동 소산마을 (200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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