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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대나무 이야기

향곡[鄕谷] 2010. 9. 11. 11:14

 

 

대나무 이야기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곧기는 뉘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윤선도가 오우가(五友歌)에서 대나무를 노래한 가사이다. 옛날부터 대나무가 나무인가 풀인가 헷갈린 모양이다. 그래서 나무와 풀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다. 설명이 한참 복잡하지만 줄여 얘기하면, 나무는 부름켜가 있고 겨울에 땅 위에 줄기가 말라죽지 않으며, 풀은 부름켜가 없으며 꽃을 피우고 나면 죽는 식물이라 정의하고 있다. 대나무는 오래 사는 것과 모습은 나무인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바로 죽는 것을 보면 풀인 것이다. 식물학의 특성으로 대나무는 경계가 애매한 식물인데, 쓰임새와 모습으로 보아 나무로 부르는 것 같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죽물 제품을 많이 구경할 수 있었다. 담양 죽제품이 불티나게 팔려서 아주머니들이 전라도에서 왔다며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던 것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 이젠 중국 저가품이 들어오고 우리 죽제품은 특산품 가게에서나 볼 있으니 아쉬운 일이다. 몇 년 전 전남 구례에 갔다가 죽순을 사 온 일이 있었다. 에서 나는 제일 진귀한 것이 '게'이고, 뭍에서 나는 채소 중 제일 진귀한 것이 '죽순'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라는데,죽순을 그때 처음 보았다. 대나무는 빨리 자라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있듯이 촉이 나와 열흘(旬)이 지나면 먹지 못한다고 한다.

 

 

어려서 큰집에 갔을 때 할아버지가 병환이 들어 집안에 굿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녀가 집 울타리에서 자라대나무를 꺾어 와서 주문을 외우며 물에 적신 대나무를 흔들던 기억이 난다. 여름에 큰 마루 뒷문을 열어 놓고 대나무 베개 베고 부채를 부치던 시원한 대나무도 있고, 낙동강에 나가 고기를 잡다가 대나무 낚싯대에 물린 고기가 너무 커서 통째로놓아버린 아쉬운 대나무있고, 가을에 마당에서 장대로 감을 따던 큰 대나무도 있고, 뒷밭에서 어머니가 옥수수를 따서 담아내던 넓은 대나무 채반도 있고, 저녁에 보리쌀 삶아서 걸어 두었던 손잡이 달린 바구니 대나무도 있고, 국기 다는 날이면 등장하는 국기봉 대나무도 있고, 할아버지가 놋쇠 재털이에 탕탕 재를 털던 기품 있는 담뱃대 대나무도 있고, 밤에 피리를 불면 나온다고 숨어든 대나무도 있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상여를 따라가던 슬픈 대나무있었다

 

 

 

 

 

 

 

대나무 / 담양 죽녹원 2009.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