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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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경기 인천 산

적갑산, 철문봉 / 겨울바람을 녹이는 넉넉함이 있는 산길

향곡[鄕谷] 2010. 11. 29. 22:54

 

적갑산(534), 철문봉(632)

겨울바람을 녹이는 넉넉함이 있는 산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010.11.28)

도심역-어룡마을-새재고개-세정사 갈림길-적갑산-철문봉-팔당역 (4시간)

 

 

 

바람은 차고, 한낮인데 아직 되돌아가지 못한 하현달은 하늘가에 하얗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떠나기 위한 기다림은 더 길다. 새재고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비슷한 행선지로 가는 버스를 무작정 탔다. 표지판만 보고 탄 버스는 반대 방향이었고, 또 되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가 그런다. "새재고개 끄트머리 집에 담근 막걸리가 괜찮습니다"

 

"그냥 갈 수가 없잖아" 친구가 한 마디 하였다. 목을 축이게 막걸리를 청하였다. 술 반 주전자에 이것저것 내온다. 주막 이름만큼이나 정을 듬뿍 담아 내왔다. 창으로 내다보는 바깥은 따사롭고 장작불 지피는 안은 주인 닮아 푸근하다. 창문은 바깥을 내다보는 것보다도 빛을 들이는 공간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오늘은 이것만으로 넉넉하다. 눈길 아름다운 산길은 덤이다.  

 

 

※ 어룡마을 가는 버스 : 덕소역에서 99-2번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