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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세월 속으로

장작 / 겨울나기 비축품

향곡[鄕谷] 2010. 12. 20. 21:38

 

 

장작

겨울나기 비축품

 

 

 

다산이 쓴 글에  거처를 정하는 이치를 논한 것이 있다. 먼저 물과 땔거리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다음이 오곡이고, 그다음이 풍속이고 산천의 빼어남이었다. 먹을 물과 땔감이 멀리 있으면 사람의 힘이 빠진다고 했다. 농부들은 농사가 끝나면 나무를 하여 겨울준비를 하였다. 온 식구가 나무를 하였는데 성인이 되면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어가서 통나무를 구하였다. 그 나무를 패서 장작을 마련하였다. 장작은 겨울나기의 비축품이었다.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연탄도 때고 나무도 같이 땠다. 장날이 되면 촌에서 솔갈비장작을 한 지게 싣고 장꾼들이 죽 늘어섰다. 어머니가 장에 다녀오시며 장작을 한 두 지게 지어 오게 하여 뒷처마 밑에 쌓아 겨울 준비를 하였다. 장날만 되면 학교 담 밑에는 지게에서 떨어진 갈비가 소복이 쌓여 있곤 하였다. 어떤 때는 마르지도 않은 나무를 싣고 오기도 하여 한 동안 얼기설기 두어서 말렸다가 장작을 패기도 하였다. 어릴 때는 발등 찍는다고 도끼를 주지도 않았지만 고학년이 되어서야 장작을 팼는데 바로 맞추지 못하여 감나무 밑에 있는 김장독 있는 데까지 장작 한쪽이 날아가기도 하고 빗맞아 얼굴에 흙이 튀기도 하였다.

 

장작은 구들을 덥히는 땔감이었지만 불을 때고서 생긴 숯은 화로에 넣거나 양복다리미나 손다리미에 넣어 사용하였다. 집에 큰 쇠로 된 목욕탕에도 장작불을 피웠다. 장작불은 시간이 갈수록 쇠가 달아 올라 나중에는 목욕탕 쇠통 안에는 들어 가지도 못 하였다. 내가 고학년이 될 때는 산림녹화사업으로 나무를 하지 못하게 하여 장에 가서 장작을 살 수가 없었다. 집이 언덕배기에 있어서 겨울에는 성수기라 일손이 없다고 연탄 배달도 잘해주지 않을 때였다. 가끔 뒷산에 겨울 땔감 구하러 가랑잎을 끌러 다녔지만 우리 에서 장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겨울에 메주를 쑬 때였다. 메주콩은 무쇠솥에 쒀야 많은 양을 쓸 수 있기에 산에 가서 가랑잎을 가마니에 끌어오거아까시나무 잔 가지를 잘라와서 해결하였다.

 

예로부터 밤이나 도토리를 줍는 것이나 나무하는 것은 내 산 네 산이 없었다. 나무 해 간다고 해서 그리 모질게 탓하지는 않았다. 다만 돈이 되는 장작은 자기 산에서 하거나 일을 도와주고 양해를 얻어서 하였다. 그것이 예의였다. 노인들이 사는 집에는 아예  나무를 한 단 해서 갖다 놓기도 하였다. 가랑잎을 끌어 때고 밤 한 톨 나누어 먹던 인정어린 시절이었다.

 

 

 

 

장작 /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장작 / 충북 제천시 수산면

 

 

장작 / 경기도 양평

  

 

장작 /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장작불 /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