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어머니의 밥상보
보자기는 '보' 또는 '보자'라고도 불렀다. 보(褓)는 포대기를 뜻하는데, 그 기능은 물건을 싸거나 감추는 것이다. 싸거나 감추는 것은 보관하거나 이동을 간편히 하기 위해서다. 보자기를 싸면 다시 펼쳐야 하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싸는 것이 우선이다. 보자기는 밥상보, 이불보, 옷 가리개, 책상보, 책보 등 여러모로 썼다.
어릴 때 보자기에 관한 처음 기억은 아버지 도시락 배달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 때면 교편을 잡고 계셨던 아버지 학교로 도시락 배달을 하였다. 초등학교에 들기 전 나이로는 다소 먼 거리 심부름이었다. 어머니는 시간에 맞추어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서 심부름을 보냈다. 사전에 이웃에 사는 어머니와 신호를 맞추어 골목길에서 친구와 만나서 가도록 하였다. 그 친구 아버지도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다. 친구가 "우리 심심하니 '밴또'(도시락의 일본말) 박치기하고 가자" 하여 도시락 박치기를 하며 학교로 갔다. 그 알루미늄 도시락통이 성할 리 없고, 보자기 밖으로 국물이 흥건히 배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내 기억에 그것 때문에 혼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뒤 학교에 들어가서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먹을 것이 없나 하고 가끔 부엌 찬장을 열어보았다. 살강(선반) 위에 먹을 것을 차려 놓고 늘 밥상보를 덮어두셨는데. 감자라도 있는 날이면 횡재였다. 찬장 안이지만 밥상보를 덮어둔 것은 벌레를 막기 위한 이중 장치였을 것이다. 결혼한 뒤에 본가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옷을 짓고 남은 옷감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어 두었다가 주셨다. 며칠 전에 부엌에서 무엇을 찾다가 우연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밥상보를 보았다. 아내가 어머니의 정성을 고스란히 모아 두었다. 어머니와 아내의 정성이 거기 같이 있었다.
어머니가 만든 밥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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