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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간다/제주도

용머리해안 / 용이 머리를 틀고 바다로 들어간 해안 절경

향곡[鄕谷] 2011. 11. 10. 19:46

 

용머리해안

용이 머리를 틀고 바다로 들어간 해안 절경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2011.11.6. 2023.3.7. 맑음)

 

 

 

용은 우리말로 '미르'이고, 물(水)과 어원이 같다. 그래서 용은 물의 신이다. 제주도 산방산 아래로 이어지는 해안이 용머리해안이다. 산방산 쪽에서 내려다보면 천상 용이 머리를 틀고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그것도 머리를 마구 휘젓고 들어가는 용감무쌍한 모습이다. 산방산 아래 산방굴에 오르면 그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물을 관장하는 용이 바람을 일으켜 파도를 치게 하거나 비를 내리면 내려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용머리해안에 내려가는 것은 행운이다. 해안은 수천만 년 층층이 쌓이고 파도가 홈을 파서 절경을 만들었다. 그 바깥으로 다니며 구경하게 되는데, 용의 꼬리와 잔등이 끊어진 것은 대단한 왕이 나타날 형세라 진시황이 동강을 내어 그렇게 되었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가 전한다.

 

십여 년 만에 용머리해안으로 다시 갔다. 여전히 파도는 철썩이고 있다. 물의 신은 또 다른 오묘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갔더니 바위 일부가 무너져 내린 모습이 변화라면 변화이다. 사암층 바다 한쪽은 파도가 철썩이고, 좌판을 벌이고 있는 사계리 주민들이 싱싱한 별미를 제공한다. 동행한 시인선생님이 이생진의 시 '술에 취한 바다'를 읽었다. '술을 마실 때에는 바다 옆에서 마신다 /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며 / 술을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좌판에서 싱싱한 회 몇 절음 시켜 놓고 듣는 시로는 제격이다. 이곳은 그것이 별미이고 풍광이다. 파도는 철썩철썩. 우리는 바다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