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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새 중의 새, 참새

향곡[鄕谷] 2013. 2. 28. 23:31

 

참새 1

새 중의 새, 참새

 

 

 

 

아침에 강가를 걸었더니 겨우내 조용하던 새소리가 커졌다. 영하의 날씨를 벗어나자마자 들이 늘어난 것이다. 계절은 바람이 미리 알고 나서, 땅이 알고 생물들이 아는데, 새들은 바람같이 오는 것 같다. 참새들도 강가에 떼로 나타나 '바람이 달라졌다'는 둥, '벌레들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텐데' 하며 재잘거린다.

 

참새는 작고 움직임이 빠르다. 종족이 많아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하는 짓도 그러하다. 봄에는 뿌려 놓은 씨앗을 파먹고, 가을엔 벼이삭을 뒤져서 가을걷이를 앞둔 곡식을 축내서 애써 지은 농사를 다 망치는 족속이다. 허수아비를 세워 두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날아드니 약은 족속이기도 하다.

 

때로는 제 꾀에 빠져 들기도 한다. 참새를 잡으려고 광주리 밑에 나락을 뿌려 놓고 막대기를 걸쳐 놓은 뒤, 줄을 연결하여 멀리서 보고 있다가 참새가 광주리 안에 들어가자마자 줄을 잡아당기면 몇 마리는 꼭 걸려들었다. 겁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눈앞에 이익에 눈이 멀어 앞뒤 분간도 못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도 옛사람들은 참새를 그려서 '기쁜 소식'을 나타내었다. 까치를 희작(喜鵲)이라 하는데, 참새 작(雀) 자의 발음이 까치 작(鵲)과 같아서 참새도 '기쁜 소식'을 가져온다는 의미로 썼다. 이름을 잘 지어 덕을 본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고 가는 세월 노래하니, 이것을 기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참새 / 한강 잠실 부근 (201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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