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6
창의문에서 숭례문까지
창의문-윤동주시인의 언덕-인왕산-홍난파 옛집-경교장-돈의문(서대문)터-정동길- 중명전-정동교회-배재학당터-소의문(서소문)터-숭례문 (6.9㎞. 3시간. 2013.10.10)
창의문(彰義門)은 조선의 사소문의 하나였다. 조선 태종 초기에는 의주로 넘어가는 문이었으나 숙정문과 창의문이 경복궁 양팔에 해당하기에 지맥을 보전해야 한다는 건의로 출입을 막았다. 이 일대가 자하동(紫霞洞)이어서 자하문으로 부르는데 역사 기록에 나오는 공식 이름은 아니다. 한양도성을 걷는데 북서방향에서 산과 평지를 나누는 깃점이요 종점인 문이다.
창의문에서 북으로 나가서 왼쪽 도로를 건너면 바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윤동주가 학창 때 얼마간 지낸 곳이 부근에 있었으며, 이곳은 조선 후대에 시인들이 시동호회를 만들어 시를 쓰고 읊었던 경승지였다. 겸재 정선도 비 내리는 봄날 이곳에서 보았던 풍경을 그린 작품에 '장안연우(長安煙雨)가 있다. 시인의 언덕에서 250여m 내려가 도로 오른쪽 철문이 인왕산(仁王山 340m)에 오르는 길이다. 인왕사란 절이 있어 붙은 이름인데, 연산군 때 왕궁을 굽어본다 하여 절을 없애고 산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였다. 기차바위와 치마바위를 지나 정상에 서면 서울 시내 조망이 참으로 좋다.
인왕산을 내려와 도로를 가로질러서 성곽이 끝나는 지점에서 잠시 길을 돌아 내려가면 홍난파의 옛집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살다가 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주옥같은 명곡을 남겼지만 말년에 친일 성향의 글과 곡으로 그만 흠을 남겼다. 바로 앞 월암공원 부근에는 이방인으로 우리나라를 지키려 했던 배설이 살았던 곳이다. 월암공원을 지나 내려서면 백범 김구가 거처하다 저격당한 경교장(京橋莊)이 있다. 주변에 있었던 다리 이름 경교를 가져와 집 이름으로 삼았다. 저격수 안두희는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었고, 사람들은 그 배후를 짐작하고 있다. 서거 후에 두 나라의 대사관저로 쓰다가 삼성이 소유한 후 어렵게 복원하였다.
경교장에서 정동길 들어서는 길목은 인왕산이 끝나는 지점으로, 서대문이었던 돈의문터이다. 당초 전차가 놓일 때도 문이 있었으나 복선화하면서 1915년 일제가 헐었다. 이어서 창덕여중, 이화여고, 러시아대사관은이화 터 안에 일부 성곽 바닥돌이 있으나 대부분 묻혔다. 정동교회 뒤편으로 덕수궁과 담이 붙어 있는 중명전은 을사늑약을 맺었던 곳이다. 시간이 늦어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였다. 정동교회를 지나서 배재학당터에서 삼성공제회관으로 넘어가는 길목은 서소문인 소의문(昭義門)터이다. 죽은 사람의 관이나 죄인들이 나가던 문인데 1914년 도시계획이란 명목으로 일제가 헐었다. 어디에나 일제가 도시계획이란 이름으로 헐어버린 조선의 흔적이 너무 많다.
서소문터에서 숭례문 쪽으로 가면 상공회의소 남쪽으로 성곽을 일부 복원하였다. 상공회의소 자리는 남대문국민학교가 있었는데 1979년 폐교하였다. 성곽이 숭례문 앞으로 내려와 있는 걸 보면 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한다. 도성 18.2㎞를 몇 번에 걸쳐 나누어서 돌았다. 8시간이면 돌 수 있는 거리이니 마음 먹고 돌면 하루에도 다 돌 수 있다. 예전에는 순성(巡城)놀이라 하여 한양 사람들이 도성을 돌던 풍습이 있었다. 한 바퀴를 돌고 서대문에서 동대문까지 마저 걸으면 가운데를 뚫은 모양이 되어 길하다고 하였는데, 걷기 열풍이 살아난 요즘 그런 풍습은 되살렸으면 싶다.
창의문 /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있는 표석
서울도성 인왕산 성곽 / 돌의 형태로 보아 축성연대는 조선 숙종 때이다
인왕산 기차바위. 뒤편 오른쪽으로 북한산 보현봉이 보인다
인왕산에서 보는 서울 시내. 앞쪽 남산으로 이어졌던 서울도성은 대부분 허물어졌다.
홍난파 옛집. 1934년 건축하여 1944년 병사할 때까지 홍난파가 살았던 집이다
경교장. 백범 김구가 광복 후 1945.11월 귀국하여 1949.6월 저격당할 때까지 거처한 곳
1949.6.26 새벽 백범 김구가 안두희에게 저격당한 장소
중명전 / 을사늑약이 맺어진 곳
정동제일교회 /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 교회당
화재로 소실되어 5년 만인 2013년 복원 완공한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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