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나들이
마른 풀대가 바람에 서걱대는 한강으로 나갔다. 추위에 물결이 켜켜이 쌓여 강은 얼음성을 이루었다. 두꺼운 얼음 속에서는 강물이 철부덕 철부덕 소리를 내며 물 밖으로 나올 듯 요동을 친다. 단단히 언 강물 속으로 또 다른 물이 자맥질하듯 출렁이는 것을 보면 생명의 흐름은 세차다. 바람은 잠자고 얼음 위로 비친 반사광에 따스함이 전해온다. 아지랑이가 강물 위로 금방이라도 피어오를 듯하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강물의 농도는 검푸른색으로 변화는 것인데, 이젠 그 빛이 엷어져 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물 얼음바닥 위로 청둥오리 몇 마리가 나타났다. 청둥오리는 텃새도 있지만, 가을이면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가 많다. 청록색 머리와 하얀 목도리를 한 수컷들이다. 오리 새끼는 키워 놓으면 물로 간다더니, 먹이를 구하러 나섰을 것이다. 얼음이 얼었으니 난관이다. 발이 두터우니 발 시릴 일은 없을 것이요, 끼니가 필요할 뿐이다. 물속에 있는 먹이를 어찌 구하랴. 얼음이 야속하구나. 얼음 밑에 무엇이 있을까 얘기는 안 해도, 두리번두리번 눈치로 갈 길을 잡는다. 여기는 안 되겠구나 조금 더 걸어보자. 서로 의견 통일을 하였는 모양이다. 얼음판을 따라 또 발걸음을 옮긴다. (2016.2.5)
청둥오리 / 한강 암사지구 (20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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