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걷는다 4
노들섬에서 난지도까지
노들섬(한강대교)-원효대교-마포나루터(마포대교)-서강대교-양화진(양화대교)-성산대교-난지도-월드컵공원 (11.5㎞. 2시간 40분. 2016.2.18. 맑음. -1.4~7.8℃)
사몽(思夢)이란 말은 생각이 간절하면 꿈을 꾼다는 말인데, 아직은 그리는 봄이 당장 오기는 이르다. 운치있는 봄나들이 나서기에는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우수가 지나 한강물이 녹기 시작할 때라 길을 나서는데 어려움은 없다. 버드나무 가지에는 물이 올라 연둣빛이 배어 나올 듯하다. 잠실에서 출발하여 팔당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광나루를 거쳐 한강대교가 있는 노들섬까지 이미 걸었기에, 한강대교를 다시 출발점으로 삼았다.
한강은 나루 사이를 흐르는 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서, 남산 일대에서 노량진까지는 한강, 그 서쪽에서 마포까지를 용산강, 그 서쪽에서 양화나루까지를 서강(西江), 김포쪽 한강 하구는 조강(祖江)이라 불렀다. 한강 전부를 부르는 이름은 경강(京江)이었다. 서해안에서 들어오는 배는 마포나 용산에 대고, 한강 북쪽에서 내려오는 배는 뚝섬이나 두모포(옥수동)에 머물렀다. 나루터는 진(津), 도(渡), 포(浦)라 했는데, 특별히 군사가 머문 곳을 진(鎭)이라 하였다.
지천(支川)도 무악재에서 서울역 뒤를 지나 원효대교로 내려오는 냇물이 욱천인데 복개가 되어 마른 냇물처럼 이름도 희미하다. 한강 좌우로 다니는 차도가 강가를 덮어 걷는 것 자체가 운치가 줄어들었으니, 일부러 걷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그 속살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서해안에서 소금과 새우젓을 싣고 와 짠 냄새가 배었을 마포나루는 얘기로 전할 뿐, 허공을 맴도는 기러기 나르는 모습은 예나 이제나 같았을 것 같다. 이곳을 지나는 마포종점도 옛가요에 나오는 추억 속의 이름이다.
양화진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잠두봉에 선 절두산성당이 있는 곳 부근이다. 양화진은 그 아래로 김포나 강화로 가는 나루인데, 조선초에 월산대군 강희맹 서거정 등이 한양에서 아름다운 10경을 노래한 한도십영(漢都十詠) 중에 양화나루에 흰 눈밭을 밟는 양화답설(楊花踏雪)이 있다. 버드나무가 많아 양화인데, 양화나루를 건너던 배는 양화대교가 대신하고 있다. 건설 초기에는 제2한강교라 하였던 것을 양화대교로 고쳐 부르고 있다.
양화대교를 지나 성산대교로 간다. 길가 야구장에는 아이들이 방망이로 야구공을 휘두르는 깡깡 소리가 바람결에 날카롭다. 무심한 속을 깨우는 듯하다. 난지도 가기 전 홍제천 따라가는 길이 갈라진다. 병자호란 후에 청나라에 끌려갔던 사대부집 부인들을 인조가 영을 내려 홍제원의 냇물에 목욕하여 서울로 돌아오면 그 죄를 묻지 않겠다 한 그 홍제천이다. 난지도 방향으로 들어서니 공사중인 월드컵대교 건너로 난지도가 보인다. 쓰레기 더미에 세운, 육지 속의 섬 난지도는 그 옛날의 기억을 잊은지 오래다. 난지도는 가을에 억새가 장관이고, 북한산 조망은 넓고도 푸짐하다. 하구로 갈수록 바람결은 조금씩 세지며 강물도 바람 따라 출렁인다. 바람 따라 세월은 가고, 강물 따라 나도 간다.
※ 노들섬(한강대교)에서 난지도까지 구간거리와 시간
한강대교 북단 버스정류장 - 0.6㎞(8분) - 한강대교 - 1.4㎞(18분) - 원효대교 - 1.2㎞(17분) - 마포나루터 - 1.5㎞ (21분) - 서강대교 - 2.2㎞ (30분) - 양화진 - 1.8㎞ (28분) - 성산대교 - 1㎞ (16분) - 난지도 입구 - 1.8㎞ (32분) - 월드컵공원 (합계 11.5㎞. 2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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