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가을여행 2
바람의 언덕
바람 부는 곳으로 가서 하늘의 기운을
경남 거제시 남부면 (2016.10.22)
망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해 질 녘 아직도 사람들이 많다. 진입로에 빼곡히 대어 놓은 차 때문에 버스가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 이서 나가 길을 막고 틔우며 들어갔다. 언덕에 올라서니 바람이 분다. 바람의 언덕에 와서 바람을 맞으니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바람은 바람소리의 의성어인 바라/브르에 명사 형성 접미사 '-암'이 붙어 이루어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바람은 하늘의 기운이요 우주의 기운을 지녔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풍백(風伯)을 거느리고 온 것도 천상의 기운을 내린다는 의미가 있었다. 거제 최남단 망산에서 다도해 바다를 조망하고,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서 하늘의 기운을 몸으로 받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바람에 억새는 휘날리고 솔은 바람을 늘 맞아서인지 굽었다. 바람에도 순리와 역리가 있고, 나무보다 더 센 힘이 바깥에 있는 것이다. 바람이 세어 모자를 벗고 머리를 휘날리며 걸었다. 머리를 휘날리며 걷는 일이 얼마만인가. 풍차도 바람 따라 부지런히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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