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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나뭇잎은 다투지 않는다

향곡[鄕谷] 2017. 12. 1. 21:07

 

 

 

나뭇잎은 다투지 않는다

 

 

사람의 감각기관이 뛰어나지만 동물이나 식물도 그에 못지않다. 식물도 의사소통을 하며, 음악을 듣고서 큰 식물은 성장과 수확이 다르다고 한다. 사랑을 하면 사람도 나무도 건강해진다. 식물도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느끼며, 자기의 위치를 안다. 빛에 반응하여 몸을 구불릴 방향을 알고, 밤낮의 길이를 잰다. 빛을 가지고 물과 이산화탄소를 당분으로 바꾸어 동물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땅으로 뿌리를 내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 싹을 틔운다. 이웃 식물이 벌레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냄새로 알고서 방어 물질을 생성한다. 이 모든 것이 감각이 있다는 얘기다.

 

산에 다니며 나뭇잎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잎은 다른 잎이 빛을 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식물에게 빛은 밥이다. 그 밥을 골고루 나눠먹는다. 같이 태어난 잎을 막아서 밥 먹는 일을 절대로 방해하지 않는다. 다른 잎과 부딪히지 않게 모양을 낸다. 줄기가 여럿 생기는 나무의 잎은 아래쪽은 작은 잎을 내고 위쪽은 큰 잎을 내거나, 그 반대 반향의 크기로 잎을 낸다. 하나의 줄기에서도 끄트머리 잎은 끄트머리 잎대로, 그 아래 자라는 잎은 그 잎대로 서로 부딪히지 않게 각기 다른 모양을 내어서 배려를 하고 양보를 한다. 한 그루에서 자라는 나뭇잎은 서로 다투지를 않는다. 풀과 나무가 그렇다. 식물은 형제간 우애가 참으로 돈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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