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사는 법
어미로부터 멀어지기
식물마다 자손을 만들며 살아가는 방법이 다 있다. 수만 년 세월 동안 익히고 궁리하여 만든 노하우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나무와 들꽃은 벌써 다음 세대를 생산하기 위해 분주하다. 식물이 씨앗을 만들어 살아가는 방법을 보면, 씨앗에 날개를 달아서 멀리 보내거나, 동물이나 사람에게 붙어서 이동하거나, 씨앗주머니가 터져서 튕겨나가거나, 향기로운 과육으로 유혹하는 방법이 있다. 모두 어미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터를 잡고 사는 방법들이다. 동물도 크면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살아가는데, 사람만이 그것이 늦은 편이다.
민들레 / 서운산 (경기도 안성. 2012.5.12)
한창 봄인데도 조금만 바깥에 나서면 민들레가 하얀 솜털로 치장하고 여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꽃이 채 지기가 무섭게 살아갈 채비를 한다. 버드나무, 소나무도 씨앗에 날개를 달고서 멀리 날아간다. 날개는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물이 흐르면 물을 따라서 간다. 물에 앉아도 가라앉지도 않고 정처 없이 다니다가 살 곳을 정한다.
--- 씨앗에 날개를 다는 것 : 버드나무, 버즘나무, 민들레,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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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붙는 풀씨 / 제주 산방산 부근 (2017.10.16)
여름에 산에 가면 옷에 달라붙는 녀석들이 있다. 풀숲을 헤치고 다니다 보면 옷에 풀씨가 촘촘 달라붙는다. 도둑놈의 갈고리, 도꼬마리 등은 가시돌기나 접착액이 있어서 사람이나 동물에 달라붙어서 한참 다니다가 어느 한 곳에 가선 떨어져서 그곳을 정착지로 삼는다.
--- 동물이나 사람에게 달라붙는 것 : 도둑놈의 갈고리, 도꼬마리, 산짚신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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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 상해봉 (강원도 화천. 2006.8.19)
씨앗이 주머니에 담겨 있거나 웅크리고 있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툭 터지며 튀는 것도 있다. 내부가 익어서 팽창하여 터지거나 외부에서 건드리면 터져 나오는 것이 그 방법이다. 봉선화는 익으면 씨앗주머니가 터진다.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인데, 그만큼 터지기 쉬운 꽃이다. 콩도 익으면 껍질이 비틀어지며 터지기에 추수가 늦으면 알맹이가
달아난 콩깍지만 남는다.
--- 팽창하거나 건드리면 터지는 것 : 봉선화, 콩, 고사리, 참깨, 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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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 예던길 (경북 안동 가송리. 2011.6.12)
향기로운 과육으로 유혹하는 식물도 있다. 열매로 채취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열매를 따서 배를 채운 후 씨앗을 버리면 그곳이 씨앗의 정착지다. 열매에 손길이 가도록 풍성하게 과육을 만드는 것이 다음 생에 태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과육으로 유혹하는 것 : 사과나무, 배나무, 산딸기, 산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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