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암산에서 이성산성 가는 위례역사길
마천역-널문이 고개-금암산-덜미재-향여고개-이성산성-동사터 / 서울 송파구, 경기도 하남
거리 10㎞. 이동시간 3:42. 휴식 1:18. 계 5:00 (2019.3.7)
마천 방향에서 널문이고개 가는 길
위례는 백제의 옛 도읍지인데, 요즈음엔 신도시로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오늘은 마천역에서 떠나 위례둘레길 널문이 고개에서 합류한 후 이성산성을 거쳐 춘궁동 동사(桐寺)터까지 걸었다. 위례역사길로 부를만한 길이다. 위례둘레길 합류점인 널문이고개는 넓은 문이 있었다는데, 넓문-널문으로 바뀌었다는 곳이다. 이곳 산상은 요충지였던 모양이다. 동네 이름도 길목(項)을 뜻하는 항동(項洞)이었으니 말이다. 널문이고개 아래는 찬샘(冷泉)이 있어 찬샘골로 부르다가 참샘골이 되었다. 옛 지명을 풀어보면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리적 연원이 숨어 있다.
길은 편하고 인적이 드물다. 양지쪽에는 나무들이 움을 틔우고 있다. 생강나무가 가장 빠르고, 도깨비 동화에 나오는 개암나무도 수꽃을 길게 늘어뜨렸다. 물박달나무 사이로 보는 하늘은 오늘은 푸르다. 금암산 정상에서 남산이 그래도 희미하게 보인다. 한 주일 내내 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덮어 자연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춘궁동과 감북동을 오가는 덜미재를 지나면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많아 붙은 이름인 광암동(廣岩洞)이고, 이어서 향여고개다. 향교가 있었다는 곳인데, 산길로는 이성산성으로 가는 고개요 둔촌동에서 하남 춘궁동으로 가는 길목이다. 춘궁은 춘장리의 춘(春)과 궁말의 궁(宮)을 합한 이름인데, 춘장이나 궁말이나 모두 궁궐이 있었음을 뜻한다. 백제의 두 왕자가 살아서 이성(二聖)인데 백제의 도읍지인 위례의 도읍지가 이곳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1986년부터 발굴조사 결과 목간(글을 적은 나무 조각)에서 608년으로 추정되는 무진년(戊辰年) 글씨가 나왔다. 백제 또는 고구려가 처음 성을 쌓은 것으로 주장하는 학설은 있으나, 여러 유물 내용으로보아 신라가 쌓고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성산성에서 내려와 고골저수지 뒤편 동사지(桐寺址)로 갔다. 1988년 발굴조사 결과 기와에서 동사(桐寺)라는 명문을 발견하고 10세기에 새로 지은 절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 금당의 규모는 신라 황룡사 금당에 필적하는 큰 터였다. 금당 동편에는 동사지 3층 석탑과 5층 석탑이 서 있다. 세우기는 고려시대라 하지만 기단과 지붕돌은 투박하고 호방하여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온 석공들의 솜씨로 추정할 수 있는 탑이다. 이 산길은 그냥 산길이 아니다. 청동기시대에서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수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길이다. 주변엔 신도시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늘어서 있다. 주민들이 말하는 수 대(代)만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가 이곳에서 매몰될지도 모른다.
※ 교통편 (갈 때)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 (올 때) 이성산성 입구에서 잠실역으로 가는 30-5번 버스 이용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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