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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 / 군것질이요 심심풀이 간식

향곡[鄕谷] 2020. 2. 4. 12:00

 

 

주전부리

군것질이요 심심풀이 간식

 

 

 

"심심풀이 땅콩 있어요, 미루꾸 있어요, 건빵 있어요". 지금은 열차에서 홍익회 판매원이 다니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심심풀이는 군것질을 말하고, 미루꾸는 밀크캐러멜에서 밀크를 그렇게 말했다. 주전부리는 식사 사이에 허전한 속을 채우기 위한 먹을거리다. 심심풀이기도 하고 간식이다. 

 

그 옛날 주전부리는 산과 들, 밭에서 나는 것이었다. 옥수수, 무뿌리, 보리이삭, 버찌, 산딸기, 메뚜기나 개구리뒷다리 튀긴 것 등이 그것이다. 용돈이 생기면 건빵, 눈깔사탕, 번데기, 국화빵, 달고나, 또뽑기가 오래된 주전부리다. 번데기는 둥그런 원판을 돌려서 찍으면 판에 써놓은 숫자 양 만큼 담아주었다. 또뽑기는 '꽝'이 나오면 헛것이고 '또'가 나오면 또 뽑을 수 있었다. 달고나는 연탄불에 얹은 국자에 끓인 설탕과 소다를 철판에 부어서 슬쩍 누른 후 그 모양대로 잘 자르면 덤으로 하나를 더 받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용돈을 받은 일이 거의 없어 학교 담벼락에서 사과궤짝을 갖다 놓고 파는 것을 옆에서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운동회날이나 되면 모처럼 용돈을 받아서 번데기나 삼각비닐에 든 오렌지쥬스나 건빵을 사 먹었다. 주로 집에서 먹었던 주전부리는 감나무에서 떨어진 풋감을 그늘에 두었다가 말랑해지면 먹었고, 뒷밭에 있는 옥수수를 쪄서 먹거나, 감자를 삶아 먹것이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자주 찾는 주전부리는 생과자, 찹쌀떡, 마른오징어, 고구마말랭이, 튀밥, 볶은 콩, 찐빵, 호떡, 떡볶이 등이다.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라면땅, 새우깡이나 맛동산 같은 스낵류에서 과자류, 닭강정,피자,초코렛 등 내용이 달라지고 돈의 단위가 커졌다. 주전부리는 주변 농산물에서 시장에서 구입하는 물품으로 그 대상이 많이 변하였다. 주전부리는 때를 가리지 않고 먹다가는 밥맛이 없어지고, 이제는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족해도 만족하면 남음이 있고, 족한데도 부족하다고 하면 언제나 부족한 것이다. 그때는 부족하였지만 행복하였고, 그래서 그리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