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쓴 추억
연필은 나무속에 흑연을 넣어 만드는데, 연필(鉛筆)이란 흑연으로 쓰는 필기구란 뜻이다. 1565년 영국에서 흑연을 막대기에 넣은 연필을 처음 만들었다. 그러다가 18세기말 프랑스 사람 콘테가 흑연 분말과 점토를 섞어서 연필심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고, 그것을 가마에서 구워내고 나무를 씌워 지금의 연필을 만들었다. 나중에 지우개를 연필에 달았고, 그 뒤 플라스틱이나 다른 재질에 넣어서 쓰는 연필이 나왔다.
누구에게나 연필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거나 글씨를 배울 때 처음 잡아보는 필기구였다. 학교로 갈 때 달리다가 보면 양철 필통에 든 연필은 달가닥거렸고, 연필은 책상에서 곧잘 굴러서 떨어지기도 해서 곯게 되고 심이 부러지기도 했다. 그래서 연필 몇 자루는 더 준비해서 학교에 가지고 갔다. 연필은 눌러쓰면 심이 부러지고 힘을 덜 주면 희미하다. 진하게 쓴다고 혓바닥에 대고 침을 바르면 혀가 갈라진다고 했다. 옛날에 쓰던 연필은 나무 결이 고르지 못한 것이 있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깎이기도 했다.
연필을 깎으면 사각사각 나는 소리가 좋고, 연필에서 나는 나무 향도 좋다. 학생들에게 연필이나 필통은 좋은 선물이었다. 아버지가 울릉도에서 사오신 향나무 필통은 향이 짙어 기억에 남는다. 연필로 쓴 글씨는 지울 수 있어서 좋고, 연필로 쓴 글씨는 고쳐 쓸 수 있어 부담이 없고, 잘못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그것이 연필이 가진 덕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연필을 깎아서 쓰던 일도 몽당연필처럼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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