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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달팽이와 봄철 식물

향곡[鄕谷] 2020. 5. 26. 13:01

 

달팽이와 봄철 식물

 

 

어제 밭에서 뜯은 열무를 씻으려고 보니 달팽이가 묻어왔다.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달팽이집을 들어 조심스럽게 풀밭에 놓아주었다. 달팽이는 이끼나 풀을 먹는 초식동물로 밭곡식을 뜯어먹는 해충이다. 달팽이는 더듬이로 냄새, 기온, 바람, 먹이, 천적을 알아낸다. 4개의 더듬이에 우윳빛 눈알을 달고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정교한 렌즈와 바늘구멍(동공)이 없어서 선명한 영상을 만들지 못하기에 뚜렷하게 볼 수는 없다.  

 

몇 년 동안 걸어서 출근한 적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사람 다니는 길에 달팽이가 많이 나온다. 달팽이는 습기를 좋아한다는데, 비 오는 날 숲에 물이 넘쳐 피난 나온 모양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 발에 밟히거나 자전거에 비명횡사한 달팽이가 많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데다가 느리니 피할 수도 없다. 길을 걸으며 연신 주워서 풀밭으로 던졌다. 비가 오는 날에는 늘 50여 마리는 풀밭으로 다시 보냈다.

 

달팽이는 암수한몸이다. 암수한몸인데 다른 녀석들과 짝짓기를 한다. 암수한몸인 동물을 자웅동체(雌雄同體)라 하는데 지렁이, 거머리가 있다. 암수한몸인 식물은 자웅 동주(雌雄同株)라 하는데, 한 식물에서 암수 꽃이 같이 피는 식물이 암수한몸이다. 소나무, 참나뭇과 등이 있고, 고추, 무, 배추, 호박, 수박, 옥수수 등 대부분의 채소와 풀꽃이 여기에 속한다. 

 

달팽이가 암수한몸인 것은 봄풀과 같다. 봄 한철살이 식물이 모두 암수한몸이기 때문이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지난해에 양분을 뿌리에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 내내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봄이 오면 다른 나무들이 잎으로 하늘을 덮기 전에 성장하고 번식한다. 봄풀들은 일찍 나오니 벌 나비도 없다. 암수한몸이 되어야 짝짓기 없이 후손을 만들기에 유리한 것이다.

 

달팽이는 자신의 몸속에 독을 축적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팽이를 요리하기 전에 몇 시간 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다. 식물도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탄닌이나 그 밖의 물질을 분비한다. 봄나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물에 우려내어 먹기도 한다. 이듬해 먹는 묵나물인 고사리, 취나물, 얼레지는 삶은 다음에 찬물에 헹구고 꼭 짜서 우려내서 먹는다. 봄철 식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달팽이는 봄철 식물과 살아가는 방법이 같은 점이 많다.  

 

 

 

달팽이

 

 

달팽이

 

 

냉이

 

 

별꽃

 

봄맞이

 

점나도나물

 

제비꽃

 

토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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