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고 예빈산, 견우봉에 올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팔당역-상팔당-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 (왕복)
약 8㎞. 5시간. (2020.9.4)
한강을 보러 예빈산과 견우봉으로 갔다. 이곳은 내가 즐겨 찾는 한강 조망처이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산에 나무들이 많이 우거졌다. 계곡마다 물길은 풍성하지만 비바람이 불고 간 생채기가 산에 남아 있다. 몇 그루 나무가 쓰러지고, 가지가 떨어져 나간 나무가 많고, 나뭇잎도 산길에 수북 흩어졌다. 산 위쪽에 물기가 마른 흙은 살점이 비에 씻겨 나가서 푸석하다. 그래도 비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니 풀잎과 나뭇잎은 세수를 하고 나선 듯 말끔하다.
견우봉에 서면 멀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두물머리가 보인다. 북한강은 푸른빛이 조금 남아 있고, 남한강은 탁한 황톳물이 흘러 합수한다. 비가 몰아친 지 며칠 지나서 않아서 그러한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멀리서도 눈에 보인다. 산하를 할퀴고 내려온 물줄기다. 강은 물줄기를 너그럽게 다 받아들인다. 두물머리 아래 마현마을에 다산이 살았다. 윗사람의 덕목은 너그러우면서 어질어야 한다는 다산의 말은 강물에도 통용된다.
매미는 마지막 가는 여름을 보내고 있고, 풀벌레 소리도 커졌다. 개미가 음식을 담은 그릇에 어느새 들어왔다. 다산이 했던 말 '술맛은 입술을 적시면 된다'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을 개미는 당연히 알 리가 없고, 아예 그릇 안까지 들어왔다. 개미는 더듬이로 냄새를 찾아내고 페로몬으로 냄새 길을 만들어 종족들을 부른다. 개미는 역할 수행을 잘하고 전문화하는 것이 사람과 같고, 일단 일에 메여 사는 것도 사람과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은 힘들게 일하다가도 때로는 쉬며 놀며 사는데, 이 녀석은 여름 한낮에도 쉴 줄을 모르니 허리가 잘록해진 모양이다.
'산 넘고 산 > 경기 인천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의도 / 서울에서 하루에 다녀올 섬 산행지 (0) | 2021.03.05 |
---|---|
남한산성-봉암성-한봉성 산길 (0) | 2020.09.23 |
수리산 / 안양과 군포 경계에 있는 산 (0) | 2020.06.03 |
청계산(성남) 옛골-석기봉 원점회귀 산행 (0) | 2019.11.20 |
남한산성 한 바퀴를 돌고 (0) | 2019.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