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17
남한산성-봉암성-한봉성 산길
산성종점-현절사-동장대암문-벌봉-한봉-큰골-장경사암문-동문-남장대터-산성종점
2020.9.18, 2020.9.21. 걸린 시간 각 4:30
남한산성은 도시에서 가까운 산이다. 산은 길에 따라 깊거나 얕다. 연일 올라도 즐거이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와서 성돌 위에 푸른 하늘이 맑다. 난세에 산에 올라가는 일이 제일이라고 하는 말이 허튼 말이 아니다. 남한산성이 난세(亂世)를 치른 곳이다. 난세란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로 어지러워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난세와 치세(治世)의 차이가 소인이 판을 치면 난세요, 군자가 역량을 발휘하면 치세란 말도 있다.
남한산성 본성에서 시작하여 외성인 벌봉성과 한봉성을 돌아서 다시 남한산성 중심부로 돌아왔다. 산길은 현절사(顯節祠)로 오르는 길에서 시작했다. 병자호란 때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하는 것을 반대하며 척화를 주장하다가 청나라에 잡혀가 참혹한 죽음을 당한 삼학사(三學士)인 홍익한, 윤집, 오달제를 모신 사당이다. 그 뒤 척화파의 대표 김상헌과 항복하던 날 자결하려던 정온을 같이 모셨다. 28세 청년 오달제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과거에 장원하고 앞길이 창창한 그였다. 그는 부모와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막 결혼한 아내에게는 돌아올 기약이 없으니 뱃속 아기를 잘 보호해 달라 하였다. 힘없는 나라 백성의 슬픔이다.
성으로 오르는 길에는 들꽃이 많다. 꽃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무슨 문제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꽃에 관심을 가지고 다니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들꽃은 나서면 늘 가까이할 수 있다. 늘 가까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늘 가까이하는 산수가 좋은 산수이듯, 사람도 책도 마찬가지다. 이즈음엔 물봉선과 까실쑥부쟁이, 고마리, 산박하, 방아풀, 도깨비바늘, 등골나물이 흔하다. 봄에 나물을 해 먹던 고들빼기 종류들도 노란 꽃을 피우며 후손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식물도 뿌리고 가꾸어 결실의 계절을 맞는다.
동장대 암문에서 이어지는 봉암성의 목적지는 벌봉(512m)이다. 벌처럼 생긴 바위라 벌봉인데, 남한산성 수어장대(497m) 안을 훤히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청나라 군대가 자리를 잡고 압박을 가했다. 1624년에 남한산성을 쌓은 뒤 62년 뒤에 봉암성을 쌓았고, 봉암성에 이어서 있는 한봉성은 봉암성을 쌓은 7년 뒤에 쌓다가 완성하지 못하였다. 봉암성은 허물어졌고, 한봉성도 그 역할을 못하였다. 벌봉에서 조금 더 가면 허물어진 성곽 옆에 남한산(522m) 표지석이 있다. 이곳이 남한산성을 대표한 산 이름이다. 그곳에서 동으로 더 내려가다가 엄미리 갈림길에서 남으로 방향을 꺾어서 가면 한봉으로 가는 길이다. 중간중간 성돌이 무너져 있다. 한봉(418m)은 경사가 밋밋한 산길에 있어 자세히 살펴야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한봉에서 본성으로 가는 길은 희미하여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다니던 흔적이 거의 없다. 성이 허물어 내렸듯 이곳 산길도 사람들 기억에서 허물어졌다. 길은 걸으면서 생기는 것이며, 길을 걷는 것은 그곳을 아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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