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도래솔을 심은 뜻
무덤 주위에는 숲과 경계를 짓기 위해 둘레 나무를 심는다. 도래는 '둥근 물건의 둘레'란 뜻이고, 거의 다 소나무를 심어 무덤의 둘레 솔이 도래솔이 되었다. 즉 도래솔은 무덤가에 죽 둘러서 심은 소나무이다. 조선 왕릉에는 송백(松栢)을 주로 심었다고 하는데, 송백은 소나무와 잣나무인데 주로 소나무를 심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계급별로 아예 나무를 정해서 심으라 했는데 우리는 그런 제한은 없었던 것 같다.
도래솔을 심은 뜻은 이승과 저승의 가리개 역할이 크다. 조상이 이승을 보지 않게 하여 걱정을 덜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세상에서 고생하고 가셨는데 저승에서 더 이상 이승을 보지 말고 편히 쉬시라는 뜻이다. 도래솔이 건강하게 크는 것은 좋은 나무를 골라 심기도 했겠지만 넓고 좋은 토지에 심어서 햇볕을 잘 받아 그렇다. 도래솔을 베면 집안 망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도래솔을 벨만큼 어렵다면 정말 참혹한 일이다. 무덤을 만들면서 기왕에 있는 주변 나무를 도래솔로 삼기도 한다. 의미도 없는 꽃나무나 키가 작은 나무를 심기도 하는데, 그것은 후손이 보기 좋아서 심거나 좁은 터에 경계를 삼기 위해 심는 것 같다. 권력자의 경우 도래솔을 넓게 심어서 숲에 가깝다. 권력의 과시이기도 하고,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이승의 권력을 넘보지 말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죽은 자의 터에도 그런 구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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