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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나무이름 한자 풀이 4

향곡[鄕谷] 2021. 2. 24. 12:09

 

나무이름 한자 풀이 4

가래나무 / 칡 / 등나무 / 닥나무 / 느릅나무 / 참죽나무 / 산앵도나무 / 개암나무 / 상수리 / 모감주나무

 

 

 

나무 목(木) 한자는 나무가 땅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나타낸 한자이다. 한 그루 나무가 자라면서 뿌리(根. 근), 잎(葉. 엽), 줄기(幹. 간), 가지(枝. 지), 열매(果. 과), 씨(核. 핵)까지 나무를 이루거나 분화하는 것에는 나무의 모습이 남아 있다. 나무로 집을 지으면 기둥(柱. 주), 마루(棟. 동), 서까래(椽. 연)에 남아 있고, 심지어 나무는 죽어도(枯. 고) 오랫동안 흔적을 지우지 않고 있다. 그러하니 나무가 많은 삼림(森林)에 들어 나무이름을 붙인 연유를 살피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숲은 나무가 있기에 풍성하고, 나무이름의 연유를 알면 발걸음이 더 풍성하지 않겠는가. 

 

 

 

梓 가래나무 재

가래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재(梓)인데, 나무 목에 재(宰)를 합한 글자이다. 재는 '우두머리'란 뜻이다. 그래서 백관의 우두머리를 재상(宰相)이라 한다. 중국에서는 천자가 죽으면 가래나무로 관(梓宮. 재궁)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래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본래부터 자라던 토종나무다. 씨앗이 농기구로 쓰는 가래 모양과 같다고 하여 가래나무라 하였다.

 

 

가래나무 / 경기도 가평 (2013.9.16)

 

 

葛 칡 갈

칡은 풀처럼 보이는 덩굴나무다. 다른 나무에 더부살이를 하기에 나무에게는 칡이 올라오면 파멸이다. 칡을 나타내는 한자 갈(葛)에서 갈(曷)은 '높이 오르다'는 뜻이다.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는 성질을 나타낸 것이다. 칡은 풀처럼 생겼고 건조하여 줄기를 끊어도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목마를 갈(渴)에서 물 수(水)를 뺀 갈(葛)을 썼다는 얘기도 수긍이 간다. 칡은 조선시대 문집에는 '질을'로 표기하고 있고, 이것이 츩으로 쓰다가 칡이 되었다. 청구영언에 나오는 한글로 된 '하여가'에는 '만수산 드렁츩이 얼거딘들~'로 나온다.

 

 

칡 / 번암산 (강원도 화천. 2016.8.9)

 

 

  藤 등나무 등

  등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연보랏빛 꽃이 주렁주렁 피는 덩굴나무다. 등(藤)은 풀 초(艸)에 등(騰)을 합한 글자로 등(騰)은 '위로 오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등도 풀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칡처럼 위로 감고 올라가는 식물이다. 껍질을 벗겨 닥나무와 함께 종이를 만들었다. 등나무는 중국이름을 그대로 빌려 쓰고 있다. 칡과 등이 엉킨 갈등은 번뇌가 될 수 있다.  

 

 

등나무 / 서울 송파구 (2017.4.27)

 

 

楮 닥나무 저

닥나무 껍질은 한지를 만드는 원료이다. 닥나무를 뜻하는 저(楮)는 나무 목에 놈 자(者)를 합한 글자인데, 자(者)는 삶을 자(煮)와 같은 글자라고 한다. 즉 나무(木)를 삶아(煮) 종이를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저(楮)는 종이를 말하기도 한다. 닥나무로 만든 종이가 저지(楮紙)이고, 닥나무종이로 만든 돈이 저 폐(楮幣)다. 순우리말로는 '닥'이고, 나무를 부러뜨리면 '딱'소리가 난다고 '딱나무'라 하다가 닥나무가 된 것이라고도 한다.

 

 

닥나무 / 전북 정읍 (2019.10.31)

 

 

楡 느릅나무 유

느릅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이다. 느티나무나 팽나무도 느릅나무과이다. 느릅나무는 더디게 자라서 단단하고 재질이 일정하며 물도 스며들지 않아서 배를 만드는데 썼다. 유(楡)는 나무 목에 유(兪)를 합한 글자인데, 유(兪)는 배를 만드는 재료이다. 느릅나무는 힘을 받는데 쓰는 건축재이기도 하고, 나무껍질은 약재나 구황식물로 썼다. 느릅나무는 '느름나무'가 변한 것인데, '느름'은 '늘어진다'는 뜻이다. 느릅나무 속껍질을 벗기면 끈적하게 늘어지는 것을 배고플 때 먹었다.

 

 

느릅나무 / 한강 잠실지구 (2019.6.12)

 

 

椿 참죽나무 춘

참죽나무는 높게 자라서 키도 크지만 봄에 어린 잎을 먹을 수 있어 봄맛을 느끼게 하는 나무다. 그래서 나무 목에 봄 춘(春)을 넣은 것 같다. 그래서 달리 향춘(香椿)이라고 한다. 우리말은 참죽나무인데, 채식을 하는 스님들이 반찬으로 즐겨 먹는다고 '진짜 중 나무'란 뜻으로 참중나무라 하다가 참죽나무로 된 것으로 짐작한다.  

 

 

참죽나무 / 제주 (2019.7.24)

 

 

棣 산앵두나무 체

산앵두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체(棣)로 나무 목(木)에 미칠 이(隶)를 합한 글자이다. 이(隶)는 줄을 잇다는 뜻인데, 꽃이 줄을 이어 피는 나무라는 뜻이다. 한자는 꽃을 보고 이름을 지었고, 우리는 열매를 보고 지은 이름이다.  산에서 열린 앵두라는 뜻이다. 앵두나무는 늦봄에 열매가 익는 장미과 나무이고, 산앵두나무는 가을에 열매가 익는 진달래과 나무로 식물학으로 봐서는 거리가 있다.

 

 

산앵도나무 / 설악산 (2017.8.25)

 

 

榛 개암나무 진

개암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진(榛)으로 나무 목(木)에 진(秦)을 합한 글자이다. 진(秦)은 무성한 덤불을 의미하는데, 작은 나무인 개암나무는 잎이 덤불처럼 덮여 있다. 개암나무는 순우리말이다. 개암 열매는 맛이 밤과 비슷하나 밤보다는 못하다는 뜻으로 '개밤'이라 하다가 '개암'이 되었다. 한자로는 개암 열매를 진율(榛栗)이라 하여 밤 율(栗) 자가 들어 있다.

 

 

개암나무 / 경복궁 (2019.8.30)

 

 

橡 상수리나무 상

상수리나무 한자는 상(橡)으로 나무 목(木)에 코끼리 상(象)를 합한 글자이다. 그만큼 나무가 크다. 상수리 열매는 한자로 상실(橡實)인데 '-이'가 붙어 상실이나무라 하다가 상수리나무가 되었다. 임진왜란 때 임금님 수라상에 상수리나무 도토리묵을 올렸다고 해서 '상수라'라 하다가 '상수리'가 되었다는 얘기도 전한다. 상수리나무를 꿀밤나무라고도 부른다. '꿀처럼 단 밤나무'란 뜻이다.

 

 

상수리나무 / 서울대 관악식물원 (2019.10.1)

 

 

欒 모감주 난

모감주나무는 여름에 피는 샛노란 꽃이 황금실로 나무를 덮은 것처럼 핀다. 모감주나무 한자는 난(欒)인데 꽃이 가는 것을 수척하다고 표현하였다. 친밀하고 원만하게 지내는 것을 단란(團欒)하다고 하는데 그것을 보면 작지만 오붓하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우리는 모감주나무라 하는데, 송나라에 유명한 스님 묘 감(妙堪)에 염주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감주나무'라 하다가 '모감주나무'가 되었다는 얘기다. 꽈리처럼 생긴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씨는 단단하여 염주를 만들기에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모감주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