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電報) 이야기
전보를 받아보셨나요?
전보(電報)는 이용자가 알리려는 내용을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문자로써 빠르게 수취인에게 배달하여 알리는 통신수단이다. 얼마 전 모임에 갔다가 전기, 전화, 전보 이런 것이 처음 들어오던 시절 얘기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동행하였던 분이 전보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나도 학교를 졸업할 때, 그리고 아주 오래전 생일에 전보를 받아보았으니 참으로 오래된 일이었다. 그만큼 요즈음 거의 이용하지 않는 전신 도구이다.
옛날 앨범을 뒤져보면 학교 졸업 때 동생과 친구가 보낸 졸업 축하 전보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 있다. 세월이 가니 이것이 기념물이 되었다. 아내에게 예전에 잠시 떨어져 있을 때 내 생일 축전을 보낸 얘기를 했더니, 그런 일을 내가 왜 했을까? 하며 농담을 한다. 그러면서 전보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가, 집에서 '모친 위독'이라는 전보가 와서 내려갔는데, 어머니 병구완을 하다가 직장생활도 해보지 못하고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보가 바꾼 인생이었다. 예전에 김영삼 대통령이 그랬다는 얘기를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조부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 내려갔더니, 조부는 건강하시고 맞선을 보라고 전보를 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맞선을 보고 결혼을 했다는 후문이다. 사람들은 서울 유학을 할 때 용돈이 필요하면 '책값 송부' 전보를 보내고, 군대 갔을 때 휴가를 가고 싶어 관공서용 전보인 관보(官報)를 이용해 '○○별세급래' 등 누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보내게 했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신을 가설한 것은 1885.8.20로 전화 가설(1896년) 보다 11년이나 이른 시기였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신을 가설하고 같은 해 9월 말 한성전보총국(漢城電報總局)을 개국하여 업무를 하였다. 전보는 신청을 하면 종이로 문자를 받아볼 수 있으니 혁신적이었고, 이용자가 설비 없이 원하는 내용을 보내고 받아볼 수 있으니 편리하다. 글자 수에 제한이 있고, 줄여 쓰는 것이 힘들기에 예문을 예시하고 있다. 그래서 편지처럼 정감 있는 문구는 쓰기 힘들다. 편지는 걸어서 배달했는데, 전보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배달하였다. 전보는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수단이지만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가 워낙 발달하여 겨우 명맥이 남아 있다. 이제는 물건과 같이 배달하는 방법으로 변하고 있다. 오랜만에 전보를 보니 흘러간 옛 일이 생각난다. (2022.1.12)
* KT는 2023.12.15부터 전보서비스를 종료한다고 2023.11.15 홈페이지에 공지하였다. 이용량 감소로 누적 적자가 증가하여 종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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