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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줄 / 아직도 약속의 금줄이 있지요

향곡[鄕谷] 2022. 2. 16. 10:50

 

금줄

아직도 약속의 금줄이 있지요

 

 

 

 

 

 

 

아이들 울음소리를 들어 본 지 오래된 마을이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 생명의 탄생은 감동적인 일이다. 모두가 반기는 그 일이 우리 집에서 생겼다. 전에는 해산이라 하여 몸을 푼다고 했는데, 해(解)는 쪼개어 나눈다는 말이고, 출산의 출(出)은 나온다는 말이겠다. 분만(分娩)이란 말도 있는데, 분(分)은 나눈다는 것이고 만(娩)은 임신에서 벗어난다(免)는 말이니 임신하였다가 몸을 나눈다는 말이다. 임신(妊娠)은 배가 불룩해진 임(姙)이요 아이가 움직이는 신(娠)이다. 출산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그날부터 세 이레 동안인 삼칠일(三七日)까지 금줄을 친다. 우리 아버지는 손자를 다른 지역에서 낳았는데도 본가에 금줄을 쳤다. 금줄은 고목, 바위, 장독, 사당, 장승 등 신성한 대상물에 매었는데, 아기 탄생 때 매는 금줄이 일상적이다.

 

금줄은 볏짚을 추려 왼새끼줄로 꼬아 만들어서 대문에 건다. 보통 때는 오른 새끼줄로 꼬는데 신성한 것이라 반대로 꼰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중간에 생솔가지와 숯, 고추, 돌멩이를 끼우고, 여자아이는 생솔가지와 숯, 종이를 끼웠다. 생솔가지는 여자아이에만 쓰는 지역도 있다. 새끼를 만드는 볏짚은 농경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며, 다산(多産)과 힘의 상징이다. 솔가지는 상록성이라 불변의 상징이고 뾰족한 잎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도 있다. 고추는 사내를 뜻하고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색이며, 종이는 깨끗하다는 의미, 숯은 정화의 의미와 붓과 같이 검어서 학운(學運)이 깃들기를 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7세기이고 일상화한 것은 18세기이니, 그전엔 돌멩이를 썼을 것 같다.

 

금줄을 친 집에는 사람들이 출입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드나들면 삼신할머니가 노해서 아이들에게 해롭다 하였다. 금줄은 일상생활을 조심하도록 하여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금줄의 금은 금지(禁止)라기보다는 경계를 나타내는 금이었다. 악귀와 부정(不淨)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삿된 것을 막는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어른들은 금줄이 있으면 아예 들어갈 생각은 않았다. 더구나 병이 있거나 상갓집에 다녀온 사람은 아예 범접하지도 않았다. 어른들은 금줄을 무시하고 들어가면 병이 생기고 손이 오그라든다고 했을 정도이다. 삼칠일이 지나면 금줄은 태우거나 울타리에 걸었다. 금기 풍습은 오래되었다. 단군신화에 곰이 세 이레 동안 굴속에서 지내고 웅녀(熊女)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금줄은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질서요 구성원들의 약속이다. 지금은 금줄을 거의 치지 않지만 약속의 금줄은 유효하다. 아이가 태어난 집은 세 이레 동안은 찾아가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금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