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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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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 징검돌 건너가는 추억의 다리

향곡[鄕谷] 2023. 6. 30. 11:28

징검다리

징검돌 건너가는 추억의 다리

 

 

 

징검다리 / 봉화 닭실마을 석천계곡

 

 

 

시냇물이나 도랑물에 돌을 띄엄띄엄 놓아서 건너는 다리가 징검다리이다. 다리는 분리된 두 곳을 연결한다. 징검다리는 양쪽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뜻한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여 소통하고, 떨어진 길과 길을 연결하고, 종교에서는 하늘과 땅,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연결한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도 있다. 

 

사전에서 '징검징검'은 띄엄띄엄 징거서 꿰매는 모양 또는 발을 멀찍멀찍 떼어 걷는 모양이다. '징검'이란 '징그다'는 동사에서 나온 말이다. 옷이 해지기 쉬운 부분을 다른 천을 대고 듬성듬성 꿰매고, 큰옷을 줄이기 위해 접어 넣고 듬성듬성 호는 것이 '징그다'이다. 징검바늘은 듬성듬성 꿰매어 바늘질하는 바늘이다. 임시로 꿰어 두거나 바느질을 해서 줄일 자리를 표시하는 시침핀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게 쓰인 '징검'이 징검다리와 의미나 쓰임이 같다. 

 

교과서에 실린 소설 황순원의 '소나기'에 징검다리가 나온다.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며 징검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 징검다리 가운데에서 소녀가 개울에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한다. 며칠 뒤 소년은 소녀가 앉았던 그 징검다리에서 물속에 손을 넣어본다. 그러다가 소녀가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자기가 하는 일을 엿본 게 아닌가 하고 내빼다가 디딤돌을 헛디뎌 물에 빠진다. 아름답고 애틋한 얘기가 징검다리에서 이루어졌다. 

 

징검다리는 깊지 않은 내에 놓는다. 징검다리는 물흐름이 낮아야 하고, 아이들도 건널 수 있는 보폭으로 놓는다. 징검다리는 물이 많으면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떠내려 가기도 한다. 때로는 홍수에 떠내려 온 나무가 걸려 막히기도 한다. 소는 건널 수 있지만 수레는 건널 수가 없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물속을 보면 물속에 구름이 흘러가고, 물속에 사람이 흘러가는 것 같다. 아이들은 냇가에서 옷을 벗고 물장구를 치고, 다리에 앉아 뜰채로 물고기를 잡았다. 물이 넘치면 어린 동생을 업고 건너기도 하고, 짖궂은 아이들은 오가는 아이들 길을 막기도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자면 조바심이 나고, 뒤에 오는 사람이 염려스러워 돌아보는 다리다. 외나무다리나 징검다리에는 비켜설 수 있게 비켠다리가 있어 좋다. 어른들이 지나갈 수 있게 기다리고, 내외를 하는 남녀 간에 돌아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징검다리는 사람의 정취가 있는 다리요, 아름다운 추억의 다리다. 사람 사는 곳에서는 징검돌 놓는 일이 필요하다. 징검돌 놓는 일은 소통하는 일이요, 아름다운 인연을 만드는 일이다.      

 

 

 

징검다리 / 봉화 닭실마을 석천계곡

 

 

징검다리 / 양평 소리산

 

 

징검다리 / 한강 창릉천

 

 

징검다리 / 울진 십이령

 

 

징검다리 / 양평 산음숲

 

 

징검다리 / 가평 용추계곡

 

 

징검다리 / 가평 경반리계곡

 

 

징검다리 / 서울 양재천

 

 

징검다리 / 정읍 백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