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가위소리
찰크락 찰크락… 맛있는 엿이요
수능시험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교문 앞에 서서 시험 치는 학생들에게 응원을 하였다. 그리고 학교 교문에 엿을 붙이고 시험에 척 붙기를 소망하였다. 엿을 붙이는 기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부엌신인 조왕신은 설날 새벽에 하늘로 올라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보고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궁이에 엿을 발랐다. 엿이 입에 붙어서 하늘로 올라가서도 있었던 일을 얘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엿의 어원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예로부터 가까이 있었던 먹을거리였다. 절에 들어가 공부하는 아이에게는 엿을 고아 먹였다. 머리를 쓰는 사람은 단 것이 좋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먼 길 떠나는 사람과 임신한 사람에게 엿을 주었는데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근친 갔던 새색시는 시가로 돌아올 때 엿을 만들어 친척들에게 돌렸다. 새색시 흉을 보지 말라는 의미가 있었다.
엿장수들은 리어카나 지게에 엿목판을 싣고 동네마다 다녔다. 찰크락 찰크락 엿장수 가위 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신이 났다. 대개 빈병이나 고철, 숟가락, 양은솥, 놋그릇 등을 받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비녀, 헌 고무신, 구멍 난 놋요강, 전선도 받았다. 할머니들은 손주들 엿 사주려고 머리카락이나 곡식은 안되냐며 묻기도 했다. 사람들이 안 오면 엿장수는 마루 밑도 보고 뒤꼍도 돌아보며 엿 바꿔 줄 것을 찾았다.
엿장수는 판엿과 가락엿을 가지고 다녔다. 판엿은 엿목판에 넓적하게 한판으로 된 엿이다. 가위와 끌을 이용해서 툭툭 쳐서 잘라서 팔았다. 아이들이 더 달라고 조르면 조금 더 주기도 했고, 집에 뭐가 있다면 찾아보라고 맛보기로 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였을 것 같지만 엿장수도 다 생각이 있었다. 가락엿은 가래떡처럼 생긴 엿으로 사람들은 그것으로 내기를 했다. 가래엿을 부러뜨려 거기에 생긴 구멍 크기를 가지고 견주었다. 입바람을 훅 불어야 구멍이 더 커졌다. 구멍이 작으면 엿값을 물었다. 장날 가보면 그 재미에 사람들이 우르르 모인다.
'엿 먹었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 영화 구경을 갔는데, 컴컴한 데서 누가 '엿 먹어라' 그런다. 나는 학교 선생님께 걸린 줄 알았더니, 친구가 그 어두운 데서 엿을 건네주었다. '엿같다'는 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엿 됐다'란 말은 큰일 났다는 말이다. '엿가락 늘어지듯 하다'는 것은 장황하다는 것이고, '엿가락 마음대로'는 '제멋대로 한다'는 말이다. 장날 가서 엿장수 가위 소리에 엿타령을 듣는 것이 이제는 드문 일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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