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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 맷손을 돌려 가루를 만드는 도구

향곡[鄕谷] 2022. 12. 24. 12:55

맷돌

맷손을 돌려 가루를 만드는 도구

 

 

 

맷돌은 맷손을 돌려 가루를 만드는 도구이다. 인류가 돌이나 나무로 곡식을 갈아서 먹던 시대에서 더 나아가 기원전 천 년 경 맷돌을 만들었다. 아래위 두 개의 맷돌이 있어, 위에 것을 암맷돌, 아랫 돌을 숫맷돌이라 한다. 가운데에 숫쇠(중쇠라고도 함)라는 쇠꼬챙이가 꽂혀 있고, 숫쇠를 싸고도는 암쇠가 있다. 윗돌 옆구리에는 기역자로 만든 손잡이인 맷손을 끼워 넣었다. 맷손을 어처구니라고도 한다. 아래위 맷돌은 마찰력을 높이려고 정으로 쪼아서 꺼끌하게 만들었다. 윗맷돌에는 곡식을 넣는 아가리가 있고 아래로 곡식이 내려가게 뚫려 있다. 곡식을 넣고 맷손을 돌리면 맷돌의 회전력과 마찰력에 의해 갈린 것이 맷돌 옆으로 나온다. 곡식이 옆으로 잘 나오게 하려고 위 짝과 아래 짝은 중심이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 있다. 마른 체로 가루를 낼 때는 맷방석을 깔아서 받지만, 젖은 것을 갈 때는 매판을 받치고 한쪽 주둥이로 흘려 받아서 썼다. 

 

어릴 때 읽은 동화에 요술 맷돌 이야기가 있다. 궁궐에 무엇이든지 먹을 것이 나온다는 요술 맷돌이 있었다. 그것에 탐이 난 도둑이 몰래 맷돌을 훔쳐 갔다. 도둑은 당시에 귀한 소금을 생산하여 돈을 벌 욕심으로 소금 나오라고 주문을 외웠더니 정말 소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멈추는 방법을 몰라 아무리 그만 나와라 해도 멈추질 않아 소금이 넘쳐 바닷물이 짜졌다는 동화였다. 들어가는 것이 없이 무한정 나올 수 있다면 요술 맷돌이고 말고다. 옛날 가족들이 마련한 곡식을 맷돌을 돌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일상이었다. 제주 민요에 맷돌을 돌리며 '이어- 이어- 이어도 하나 / 이어도 하난 눈물이 난다'는 가사가 있다. 종일 밭일을 하고 물질을 하여 얻은 곡식을 방아를 찧거나 맷돌을 돌려 먹을거리를 만드는 그런 일상에 눈물이 난다는 것이다.

 

집에서 맷돌을 돌려 가루를 만들거나 콩물을 만드는 일을 여러 번 하였다. 그렇게 만든 재료로 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체로 거르고 방망이로 밀고 음식을 만드는 일은 힘든 가사노동이다. 이제는 재료를 사서 언제든지 만들 수 있으니 그 옛날 쓰던 살림 도구들이 많이 쓸모가 없거나 줄어들었다. 함지, 구절판, 다식판, 떡메와 안반, 쇠절구, 다듬이돌, 메주말, 두멍솥, 장독, 놋화로, 놋상 등 집마다 보관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늘어났다. 집에서 맷돌로 음식을 만들던 기억이 아련하다. 며칠 전 집에 있던 맷돌을 친구에게 보냈다. 친구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다. 꺼내보니  오래 안 써서 숫쇠가 삭아 있었다. 깨끗하지 않은 것을 보내서 못내 안쓰러웠다. 아련한 세월 속에 쓸모가 줄어든 물건들이 점점 골동품이 되어 가고 있다. 

 

 

 

 

 

 

맷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