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 비밀정원을 찾아서 2. 비밀정원에 핀 꽃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2022.3.21-3.22)
류시화 작가가 쓴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란 꽤 긴 제목의 책을 보면, 앞부분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이 흙은 우리 조상들의 피와 살과 뼈로 이루어진 흙이다. 대지 위를 걸어갈 때, 우리는 태어나지 않은 이들의 얼굴을 밟고 걸어가는 것이다. 봄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걸으라. 어머니 대지가 아이를 배고 있으니까. 일을 시작할 때 발을 딛고 있는 모든 대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모든 자연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시작하라'라고 말한다.
대지를 밟을 때, 나뭇가지를 꺾을 때도 인디언들은 대지와 나무에게 감사하고 허락을 구했다. 그만큼 자연을 소중하게 여겼다. 풍도 비밀정원에 들어서며 수많은 꽃들을 만나니 인디언들이 자연을 대하였던 글이 떠올랐다. 풍도 비밀정원은 주민들이 소중히 여기는 야생 정원이다. 이곳 주민들에게 야생화란 자연을 사랑한 대상이기도 하고, 삶을 영위할 방편이기도 하다. 이른 봄 꽃이 피는 곳으로 찾아가면 한겨울에 꽃을 보지 못한 갈증을 풀 수 있다. 그리고 아름답고 오묘한 모습으로 탄생한 꽃을 보며 수없이 감탄한다. 나도 감탄 또 감탄하며 비밀정원을 걸었다.
3월 중하순 풍도 비밀정원엔 복수초와 풍도바람꽃이 대세이고 노루귀도 자주 눈에 띄지만 현호색과 꿩의바람꽃은 가끔 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 후망산 해마루를 넘어서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풍도대극이 많다. 복수초는 한가운데가 밝고 선명한 노란색 수술이 모여 있고, 수술 속에 돌기가 난 듯한 암술이 자리잡고 있다. 육지에서 보는 복수초보다 꽃이 크다. 복수초(福壽草)는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 얼음 속에서 피어나 얼음새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새해가 시작될 때 피어 원단화(元旦花)라 하기도 하며, 눈꽃에 피는 연꽃과 같다고 설연(雪蓮)이란 이름도 있다.
노루귀도 땅이 녹기 무섭게 꽃대를 내민다. 꽃이 지고 난 뒤에 잎이 노루의 귀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라 노루귀 잎을 보자면 꽃이 지고 잎이 날 때 한번 더 가는 수고를 하여야 한다. 눈을 헤치고 나와 파설초(破雪草)요 설할초(雪割草)이다. 풍도에는 흰색 꽃, 연분홍색 꽃, 분홍색 꽃이 있다. 바람꽃 종류는 습도가 있는 계곡 주변에서 자란다. 바람꽃 종류 중에서 가장 일찍 피는 것이 너도바람꽃속인데, 너도바람꽃속에는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이 있다. 풍도바람꽃은 변산바람꽃의 변이로 보기도 한다. 비밀정원 올라가는 길목에 풍도바람꽃이 복수초와 어우러져 있다. 풍도바람꽃은 모습이나 색깔이 소박하다. 풍도바람꽃은 꽃잎처럼 넓고 하얗게 생긴 것은 꽃받침이고, 그 안에 연녹색 깔때기 모양이 꽃잎이다. 풍도대극은 외관상 붉은대극과 다른 점은 없고 씨방과 열매에 털이 있다는 것이다. 풍도에서 피는 봄꽃은 몇 가지 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도 풍성하여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활력을 생기게 한다. 꽃으로 가슴을 채우는 하루였다. 꽃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비밀정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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