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다. 산 면적이 국토 면적의 63% 일 정도로 넓고, 조림이 잘 되어 나무도 많다. 그런데 건조한 날씨에 큰 산불이 가끔 있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울진에서 일어난 큰 산불이 동해안을 타고 크게 번져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산불은 겨울 가뭄으로 가물었는 데다가 세찬 바람으로 소나무가 많이 있는 산을 타고 크게 번져 불을 끄는데 어려움이 컸다. 소나무는 송진이 많아 불쏘시개 역할을 하였다. 가연성이 높은 송진이 들어 있는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대체로 화재에 취약하다. 상대적으로 수분이 많은 활엽수는 불에 견디는 내화성(耐火性)이 있어서 침엽수 사이에 활엽수림을 조성하여 내화수림(耐火樹林)을 조성한다.
나무는 불이 나면 탈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가 있다. 그런 나무를 방화수(防火樹)라고 하는데, 방화수는 나무에 수분이 많아 불이 붙는 온도(자연발화 온도)가 높아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아왜나무, 동백나무, 은행나무, 굴참나무 등이 그런 나무이다. 방화수는 대체로 잎이 두껍고, 수분이 많거나 코르층이 있어 나무껍질이 두꺼운 나무로, 불이 붙더라도 수분에 물거품이 생기거나 나무 표면이 두꺼워 차단막 역할을 한다. 불이 나더라도 더디게 하여 진화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서는 섬 지역에 방화 수림으로 주로 아왜나무를 심는다. 아왜나무는 일본에서 '거품이 나는 나무'라는 뜻인 '아와부게나무'에서 '아와나무'가 되었고, 다시 아왜나무가 되었다. 열매가 산호처럼 아름다워 산호수라 부르는 아왜나무는 제주도, 욕지도, 매물도에서 볼 수 있었다. 아왜나무는 잎과 줄기에 수분이 많고, 불이 나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거품을 만들어, 거품형 소화기처럼 표면을 덮어 차단막을 만드는 특징이 있다. 산림과학원에서 실험을 해보니 불이 나더라도 불이 붙는 최저온도(자연 발화 온도)가 745℃나 된다는 나무다. 동백나무도 수분이 많고 키가 커서 다른 나무로 불이 번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해남 대흥사나 고창 선운사 등 남부지방 사찰에 있는 동백숲은 꽃도 보고 방화 숲 역할을 한다. 다만 아왜나무나 동백나무는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나무라 식재에 한계가 있다. 잎이 두껍고 수분이 많은 나무로는 가시나무와 가막살나무, 오리나무도 있다.
은행나무, 굴참나무, 황벽나무는 나무껍질이 두껍고 코르크층이 있어 방화수 역할을 한다. 코르크층은 탄성이 있고, 기체와 액체를 투과시키지 않는 불침투성이 있어 나무를 보호한다. 지구에서 가장 크다는 자이언트세콰이어는 껍질과 코르크 두께가 30㎝ 이상이고, 키가 커서 잎과 가지가 불에 탈 일이 없고, 껍질과 코르크층이 두꺼워 웬만한 불에서 견딜 수 있다. 불이 나면 소나무 숲에 가까울수록 피해규모가 커진다. 단일 수종보다는 내화 방화수를 포함한 혼효림이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산불을 조심하는 것이 우선순위이겠지만 큰 산불을 막기 위해서 산림 수종 선택과 삼림 구성도 그에 못지않은 것임을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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