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는 꽃을 좋아해
봄이 되니 뒷산에 새들이 늘었다. 우리나라(남한)에서 사는 새는 550여 종이라는데 집 주변 산에도 새들이 많다. 직박구리도 자주 볼 수 있다. 직박구리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텃새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 동고비, 박새만큼 많아졌다. 몸 전체는 회갈색이고 머리는 푸른빛을 띤 회색인데 눈 밑에 뺨은 밤색으로 화장을 하였다. 직박구리는 나무에 앉아서 있는 것을 주로 볼 수 있는데,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작기는 하지만 색깔이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렵다. 한두 마리가 다니기도 하지만 여러 마리가 모여 다니기도 한다. 싹이 나고 숲이 짙어지면 직박구리가 '삐이~요 삐이~요, 삣삣'하면서 제법 시끄럽게 운다.
직박구리가 신갈나무나 팥배나무에 앉아 있을 때는 나뭇잎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매화나무나 살구나무에 꽃이 피었을 때는 꽃 색깔과 대비되어 잘 보인다. 주변 공원에 갔더니 살구나무 꽃에 직박구리 여러 마리가 앉아 있다. 한편의 화조도(花鳥圖)이다. 직박구리는 잡식성이라 꽃잎, 작은 벌레, 나뭇잎, 열매, 풀잎 등 여러 가지를 먹는다. 여름이 되면 벌레를 잡겠지만 봄철이라 꽃나무에서 꽃잎과 꿀을 먹고 있다. 직박구리는 봄꽃은 다 먹는다. 여러 마리가 꽃 속에 들어가서 소리 없이 꽃을 뒤진다. 누구나 먹을 때는 말이 없다. 새의 수명은 몸의 크기에 비례한다는데 먹성이 좋아 주변에 다른 새들 보다 오래 살 것이다.
직박구리는 4월말에 단풍나무 등 수령이 있는 나무에 둥지를 짓기 시작하고, 5월부터 7월까지 번식을 한다. 번식기가 지난 여름에는 뒷산 숲이 직박구리 울음으로 시끄럽다. 식구가 많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직박구리는 한 마리가 울면 여러 새가 모여 같이 운다. 수십 마리가 울 때면 시끄러울 정도이다. 옛사람들은 직박구리 소리를 피죽을 후루룩 먹는 소리인 '후루룩 피듁'이라 들어 '후루룩피듁새'라 하였고, '제호로'라고 들었다고도 하였다. 어릴 때는 배가 고파 피죽을 달라고 하는 소리로 듣고, '제호'는 호리병을 손에 든다는 뜻이니 어른들은 목이 컬컬하여 술 한 잔 먹자는 소리로 들었다. 선인들은 새소리도 형편에 따라 달리 듣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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