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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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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계곡산행 3. 북한산계곡에서 구기동계곡으로

향곡[鄕谷] 2022. 7. 22. 11:17

 

북한산 계곡 산행 3

북한산계곡에서 구기동계곡으로

 

효자리 -  북한산계곡 - 중성문 - 중흥사 - 대성암 - 대남문 - 구기동계곡 - 구기치안센터

이동거리 약 9.7㎞. 이동시간 4:05. 휴식시간 0:25. 계 4:30

비 후 흐림 (2022.7.21)

 

 

아침에 비가 오더니 산 아래는 비가 그쳤다. 이런 날에는 물소리를 듣는 계곡 산행이 좋다. 산정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계곡 물소리는 우렁차다. 산은 물을 막아서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북한산성으로 둘러싼 주능선은 산 안으로는 북한산계곡으로 물을 모으고, 산 밖으로는 또 다른  물길을 만들었다. 북한산계곡 긴 물길은 대성암을 지나 수그러들고 대남문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비 온 뒤라 나무와 풀은 함초롬하다. 참나리, 노랑원추리가 물기를 머금어 고개를 겨우 들 정도이다. 지난번에 보았던 병아리난초가 예쁜 꽃을 피웠는데 개체수가 늘었다. 물길 속에는 버드나무가 늠름하게 서 있고, 고로쇠나무 귀룽나무 조록싸리는 이파리에 물방울을 달고, 미역줄나무 팥배나무는 열매에 물을 달아 계곡욕을 즐긴다. 산정으로 이어지는 심록은 물기를 머금어 싱싱하다.

 

북한산계곡에서 대남문 가는 길에는 조선시대 삼군문(三軍門) 유영(留營) 터가 있다. 각 군문에서 북한산을 관리하였던 것인데, 훈련도감 유영은 노적봉 암벽 밑에 있었으며, 금위영 유영은 보국사터 부근으로 지금 금위영 이건기 비가 있는 자리에 있었고, 어영청 유영은 대성암이 있는 자리에 있었다. 북한산성 축성 때는 전국 승려들이 동원되었고, 성이 완공되고는 승군으로 성을 수비하였다. 승군이 있던 승영(僧營)도 있고, 보국사 등 여러 절이 있었으나, 승려들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강제 해산되고, 절은 임오군란과 의병전쟁, 제국주의 침략, 한국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되었다. 그렇게 흘러간 세월의 흔적은 구르는 돌뿐이다.

 

금위영 유영 터에서 잠시 물소리를 듣고 대남문으로 올라갔다. 길은 오가는 사람이 적어 고즈넉하다. 숲은 메숲져 대남문은 숲으로 점점 숨어들고 있다. 대남문 아래는 구기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북한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화강암은 땅속에서 굳은 것인데, 지표에 있던 암석이 깎여서 화강암이 솟아난 것이니 1억 7천만년 세월로 보고 있다. 구기동계곡 하산 길은 화강암 돌길이어서 내려서는 것이 쉽지 않다. 체력은 떨어지고 균형감각이 전과 같이 않아서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대성문으로 더 가서 능선을 따라가다가 정릉계곡으로 내려서는 것이 방법이다. 오늘은 친구가 구기동에서 기다리기로 하여 산딸기를 몇 점 따서 내려섰다. 산에서는 산딸기를 찾는 시간, 꽃을 보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살다가 보면 그런 시간이 점점 더 필요하다. 세월이 가면 경사가 있는 길은 점점 어려워지고 평평한 길을 찾을 때가 올 것이다.

 

 

 

원효봉이 보이는 북한산계곡 입구

 

 

참나리

 

 

풀 사이로 보이는 병아리난초

 

 

노루오줌

 

 

귀룽나무 아래로 흐르는 북한산계곡

 

 

자주꿩의다리

 

 

바위채송화

 

 

산영루 옆 북한산계곡

 

 

보국사 터

 

 

금위영 유영 터

 

 

대남문 오르는 길 / 보광사 터 부근

 

 

어영청 유영 터 / 대성암

 

 

대남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