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2
인왕산(仁王山. 339.9m)
서울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산
서울 서대문구. 종로구
독립문역-이진아기념도서관-안산자락길-무악재하늘다리-선바위-인왕산-기차바위-개미마을-인왕시장(홍제동)
이동거리 6.3㎞. 이동시간 3:29. 휴식시간 0:43. 계 4:12 (2021.11.12. 맑음. 1.3~8.6℃)
인왕산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산이다. 조선시대에 한양을 수도로 삼아 터를 잡을 때만 하여도 서산(西山)이라 하였다가 세종 때 인왕산(仁王山)이라 이름 지었다. 인왕(仁王)이란 불법을 수호하는 신인데, 조선을 수호하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인왕산은 내사산(內四山) 중 우백호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이를 허물기 위해 한자를 仁旺山이라 고쳤으나, 해방 후 원래대로 바꾸었다.
산행은 독립문역에서 나와 안산자락길로 올랐다. 봄에 오면 꽃나무와 들꽃으로 아름다운 산길이다. 서대문형무소터를 내려다보며 무악재 쪽으로 방향을 튼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나왔다는 외진 곳이었는데, 지금은 고개를 넘는 차량으로 넘친다. 무악재 위로 하늘다리가 생겨 안산에서 인왕산으로 산을 이어서 걸을 수 있다. 전국에 많은 둘레길이 이곳에서도 생겨 이십여 리 인왕산 둘레길이 나 있다.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가면 해골바위 아래 선(禪) 바위가 있다. 스님이 장삼을 입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라는데, 남산에 있던 국사당을 이곳으로 옮긴 후 선바위와 국사당이 무신(巫神)을 모시는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한양도성 축성 시기에 무학대사가 선바위를 도성 안에 두려 하였으나 정도전은 성 밖에 두자고 하였다. 정도전이 선바위를 도성 안에 두면 불교가 성하고, 도성 밖에 두면 유교가 흥할 것이라고 태조를 설득하여 도성 밖에 두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선바위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오르면 한양도성 성곽으로 이어진다. 바위 아래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가까이 경복궁과 남산을 비롯한 시내 중심부가 눈 아래로 보인다. 동편으로 넓은 치마바위가 펼쳐져 있다. 중종반정이 성공하여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은 왕이 되었으나, 왕비가 반정에 반대한 중종의 처남 신수근의 딸이란 이유로 왕비가 된 지 일주일 만에 폐비가 되었다. 왕비는 원래 살던 인왕산 기슭으로 쫓겨났다. 중종이 왕비를 그리워 인왕산 쪽을 늘 바라본다는 소문을 듣고, 중종 비가 산에 올라 치마를 널었다는 바위다. 조선 영조 때(1751년) 겸재 정선이 구름이 넘실거리는 이곳 풍경을 보고 그린 그림이 인왕제색도(仁王齎色圖)이다. 거대한 바위를 묵직하고 실감 나게 잘 표현한 걸작이다.
정상에서 땀을 식히고 갈림길에서 성곽을 따라가면 창의문이 있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기차바위를 거쳐 개미마을로 가는 길이다. 그곳에서 북쪽에 펼쳐진 북한산 원경은 안평대군이 꿈속에 풍경을 안견이 그렸다는 몽유도원도의 대상이 되었다.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앞에 잔잔하다. 개미마을은 예전에 오래된 모습이 남아 있던 곳이다. 그런 모습은 여전히 군데군데 남아 있지만 이젠 조금씩 그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주거는 불편하면 바꾸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변화이다. 오늘 걸은 짧은 산길은 조선의 역사와 숨결로 가득하다.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며 걸어봄직한 의미 있는 길이다.
※ 교통편 (갈 때) 3호선 전철 독립문역 (올 때) 3호선 전철 홍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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