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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북한산과 서울의 산

북한산 응봉능선~삼천사골 원점회귀 산행

향곡[鄕谷] 2022. 9. 9. 21:13

북한산 응봉능선~삼천사 골 원점회귀 산행

 

구파발역 - 진관근린공원 - 진관사 - 응봉능선 - 사모바위(560) - 삼천사 골 - 삼천사(168) - 진관사 입구(80)

이동 거리 9.4㎞. 이동시간 4:46 휴식시간 2:26. 계 7:12

2022.9.8 맑음. 16~29℃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에 아침은 서늘했지만 나서니 햇볕이 따갑다. 구파발역에서 내려 진관사로 갔다.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북한산 기행'에 보면 진관사로 가는 길은 서문(西門)에서 10 리쯤 나와 밭이 많고 높은 곳에는 무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지금도 이 길엔 판서, 내시, 궁녀의 무덤이 군데군데 있다. 고려시대 진관 대사가 거주하던 절이라 진관사라 하였다. 일주문에서 오른쪽으로는 비봉과 향로봉, 진관 계곡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사모바위로 가는 응봉능선이다. 

 

전국에는 응봉(鷹峰)이라는 산이 많다. 산(山)은 이 땅에 한자어가 자리 잡고 생긴 명사이고, 원래는 '뫼'라 하였고, '뫼'는 '몰'이었고, 더 오래전에는 '말'이었다. 원래 '꼭대기', '위'라는 뜻인 '말'은 '마루', '머리', '마리' 란 말을 낳았다. 뫼는 지방에 따라서는 '부리', '수리', '오름'으로도 불렀다. 산 이름을 만들며 매봉, 매산이 되고 한자로 응봉이 되었다. 매봉이나 응봉은 매가 날아와 그렇게 지을 수도 있겠지만 '산'이 겹친 겹말이 많다. 응봉능선은 생각보다 오름이 높다. 수십 차례 다니던 그 응봉이 나이가 들어 다니니 다른 응봉이 되었다.   

 

응봉능선은 오를수록 바로 앞 의상능선을 젖혀서 백운대가 보이고, 그 옆에 만경대, 그 아래 노적봉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산에 다니다가 보면 묏부리, 굼부리 등 부리가 들어간 이름을 더러 볼 수 있다. 이때 부리는 봉우리란 뜻. 부리의 어원인 '불(뿔)'과 비슷하여 한자로는 각(角)이라 했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세 부리가 있는 북한산이 삼각산(三角山)이라 했던 것이 대표이다. 태조 이성계 명을 받은 무학대사가 봉우리에 올라 나라를 다스릴 터를 살폈다 하여 국망봉이었는데 만경대로 바뀌었다. 응봉능선 쇠밧줄을 몇 번씩 잡고 오르면 사모바위(표고 560)를 만난다. 머리에 쓰는 사모(紗帽)와 비슷하다고 이름 붙은 사모바위는 남과 북을 가르는 주능선상에 있다. 

 

날씨가 좋아 조망이 끝간 데 없다. 자리 잡은 만물은 다 이름이 있다. 봉우리들도 그러하다. 제일 높은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로 인수봉이 보이고, 휘장을 두른 듯 펼친 의상능선 줄기는 길고 힘차다. 눈앞 산봉이 한 편 그림이다. 조선 숙종 때 대규모 성을 쌓고 남한산성의 대칭으로 북한산성이라 부르고, 그때부터 북한산이라 불렀다는 추정도 있으나, 북한산 이름은 그전부터 있었다. 고려 때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쓰기 전부터 있었으니,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조에 '북한산을 순행, 국경을 넓혀 정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비봉(碑峰)이 사모바위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시계(視界)에 비(碑)가 들어온다. 

 

하산길은 삼천사골이다. 이틀 전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지만 이곳은 태풍이 지나간 흔적은 없다. 하늘금은 더 선명해졌고, 바닥엔 몇 점 나뭇가지가 흐트러져 있을 뿐이다. 비 온 뒤라 버섯은 자주 볼 수 있다. 돌길과 흙길이 번갈아 있어 하산에 어려움은 없다. 능선에 소나무와 조록싸리가 많았는데, 하산길엔 참나무류와 팥배나무, 물오동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삼천사 골은 삼천 승려가 터를 잡고 마신 물길이다. 북한산은 골골이 터 잡은 자리가 있고 물길이 있다. 서울의 진산으로 자리 잡은 앉음새도 좋다. 땀 흘려 오르면 조망할 곳이 많고 감탄할 곳이 많은 산이다. 

 

 

 

진관사 입구. 바로 앞이 응봉능선이고 오른쪽 끄트머리가 사모바위가 있는 곳이다

 

 

응봉능선 오르며 발 아래로 본 진관사

 

 

응봉능선 앞 용출봉 왼쪽으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가 보인다

 

 

의상능선 뒤로 백운대와 만경대가 보인다

 

 

 

응봉능선 밧줄을 잡고 오르는 곳

 

 

조금 더 높이 오르니 의상능선 뒤로 노적봉까지 눈에 들어온다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비봉

 

 

왼쪽은 의상대능선에 나한봉이고, 가운데는 문수봉, 오른쪽은 보현봉이다.

 

사모바위

 

 

비 온 뒤라 버섯이 많다

 

 

삼천사계곡 바위를 넓게 적시는 폭포

 

 

삼천사 마애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