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이 있는 열매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은 일생에 한번 씨앗이 되어 움직인다. 어미 식물은 씨앗을 멀리 보내 경쟁을 피해서 자라도록 돕는다. 날개를 만들어 멀리 보내거나, 동물 몸에 붙어서 옮겨가거나, 물에 흘러 보내거나, 열매를 만들어서 그 속에 씨앗을 이동시킨다. 열매는 동물을 유혹하는 방법이다. 열매는 씨앗을 보호하며 멀리 보내는 방법으로 진화하였다. 맛있고 향기가 나게 만들거나 색깔을 선명하게 해서 눈에 잘 띄게 한다. 열매가 익으면 색깔이 변하여 동물이 먹을 수 있게 되고 씨앗도 영글게 된다. 열매는 빨간색이 많다. 눈에 잘 띄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열매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한다. 열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로 독성이 있는 것이 있고, 독성이 있지만 과다 섭취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있다. 또한 과육을 먹는 것은 괜찮으나 그 속에 있는 씨앗이 독성을 가진 것이 있다. 열매 자체로 독성이 있는 것으로는 천남성, 미국자리공, 도깨비가지, 까마중, 배풍등, 칠엽수 등이 있다. 열매에 독성이 있지만 익히거나 조리하여 먹으면 되는 것으로는 은행, 매실, 피마자 등이 있다. 과육은 먹어도 되나 씨앗에 독성이 있는 것으로는 산수유, 여주, 살구, 사과, 복숭아, 체리, 주목이 있다. 그밖에도 식물 전체에 독이 있는 것으로 은방울꽃, 꼭두서니, 독말풀, 등대풀, 미치광이풀 등이 있어 산과 들에 다니면서 함부로 맛을 보는 일은 주의해야 할 일이다.
▶ 천남성 (천남성과) : 빨갛게 익은 작은 열매들이 옥수수 모양으로 달린다. 약용으로 쓰이는데 독성이 강해 의사의 처방없이 쓰는 것은 위험하다. 무심히 잎을 따거나 해도 가렵거나 알레르기 현상이 일어난다. 물집이 생기기도 하며 혀에 닿기만 해도 화끈거린다. 땅속 덩이줄기도 독하여 무공해 살충제로 이용한다.
▶ 미국자리공 (자리공과) : 한때 생태교란종으로 매도되었던 식물이다. 꽃색이나 줄기가 빨간색이다. 열매는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다가 검은색이 된다. 자리공에 비해 열매가 늘어지고 열매가 가까이 붙어 있다. 열매는 독성이 있어 생즙이 피부에 닿으면 수포가 생기며 통증은 없다. 혀가 마비되기도 한다. 뿌리는 독성이 있는데 도라지나 더덕과 비슷하여 주의해야 한다.
▶ 배풍등 (가지과) :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처럼 자라는데 사람이 사는 숲 주변에 산다. 배풍등(排風藤)은 사람 마음속에 온갖 바람(風)이 돌면 병이 되고, 그 바람을 밀어낼(排) 수 있다면 마음의 안온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의 이름이다. 열매는 새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도 열매를 날 것으로 먹어서는 안된다. 솔라닌이란 물질이 있어 신경계와 소화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독성물질이라 조제가 필요하다.
▶ 까마중 (가지과) : 까맣게 익은 열매라는 뜻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마을 부근에서 볼 수 있다. 가지속 식물이 그렇듯 열매를 포함해서 식물 전체에 알칼로이드 성분의 약한 독이 있다. 약성이나 독성은 배풍등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유사하다. 특히 덜 익은 녹색 열매에 독이 있으며, 검게 익은 열매는 새들이 먹는다. 과다 섭취하면 두통과 복통이 올 수 있다. 도깨비가지에 비해 잎에 가시가 없고 잎에 톱니가 미약한 점이 다르다.
▶ 칠엽수 (칠엽수과) :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로 일본칠엽수 또는 말밤나무라 부른다. 가시칠엽수에 비해 잎의 톱니가 규칙적이고 뒷면에 흰색 털이 밀생 하며 열매의 표면이 매끈한 점이 다르다. 씨는 광택이 있고 밤과 다르게 꼭지가 없고 편평하다. 열매를 먹으면 위경련, 현기중, 구토가 일어나며 심하면 사망한다. 청설모나 다람쥐도 이 열매는 안 건드린다.
▶ 은행나무 (은행나무과) : 늦가을에 황색으로 익는 열매를 은행이라 한다. 열매처럼 보이지만 밖으로 드러난 밑씨가 발달한 것이므로 씨로 본다. 겉씨껍질은 육질이며 물렁하며 표면에 흰색 가루가 있다. 중간씨껍질은 딱딱하고 흰색이다. 속씨껍질은 얇고 연한 적갈색이다. 그 속에 든 부드러운 속살을 식용한다. 은행은 시안배당체와 메칠파라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다. 익혀서 10알 미만으로 먹어야 하며, 어린이는 2~3알 정도 먹어야 한다.
▶ 매실나무 (장미과) : 덜 익은 매실은 과육과 씨앗에 모두 독성이 있다. 풋매실과 청매실은 모두 초록색이라 구별이 어려운데, 대체로 24 절기 중 망종(6.6경) 이후 나온 것은 익은 것이다. 매실을 칼로 자르면 풋매실은 쉽게 잘리는데 비해 청매실은 그렇지 않다. 매실을 술에 담그거나 설탕에 절이면 독성물질이 분해된다. 상처가 없는 매실을 쓰고, 씨앗을 제거해서 사용해야 한다. 매실주를 담글 때 씨앗을 그대로 두면 씨앗에 있는 시안화합물이 알코올과 반응해 발암추정물질이 생길 수 있다. 알코올량이 많으면 생성량이 높으므로 도수가 낮은 담금술을 써야 한다. 보관은 직사광선을 피하여 25도 이하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 피마자 (대극과) : 열매를 얻기 위해 기르는 한해살이풀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타원형인 씨(아주까리)는 짙은 갈색 반점이 있다. 씨는 설사약이나 공업용 윤활유로 사용한다. 씨에는 리시닌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생으로 먹으면 중독작용이 나타난다.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장애증상이 일어나고, 위장과 간, 콩팥 등의 원형질을 응고시키며 섭취량이 많으면 죽을 수도 있다.
▶ 산수유 (층층나무과) : 9~11월에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오래도록 매달린다. 열매는 약간의 단맛과 함께 떫고 강한 신맛이 난다. 신장 기능 개선, 요실금 완화, 정력 강화, 시력 보호, 고혈압 완화, 기력 회복 등 좋은 점이 많으나, 감기나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은 안 맞고, 열이 있는 사람은 어지롭고 구토 소화불량이 일어난다. 씨에 독성이 있어 씨를 제거하고 써야 한다. 신맛이 강해 술, 차, 즙을 이용해서 먹는다.
▶ 여주 (박과) : 관상 또는 약용하기 위해서 심는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울퉁불퉁하며 주황색으로 익는다. 익으면 3갈래로 갈라지면서 붉은색 과육에 싸인 씨를 드러낸다. 과육은 달고 열매껍질은 쓰다. 씨앗은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
▶ 살구나무 (장미과) : 열매는 핵과이고 6~7월에 황적색으로 익는다. 털이 밀생하며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씨는 납작한 구형이고 날개가 있으며 과육과 잘 떨어진다. 과육은 괜찮으나 씨는 소량의 시안화물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 살구씨는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시안배당체라는 독성물질은 자체로는 유해하지 않지만 몸안 효소에 의해 시안화수소가 생성되고, 시안화수소가 청색증과 호흡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 사과나무 (장미과) : 이과이고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갈색 반점이 있으며 신맛과 단맛이 난다. 씨는 삼각상의 난형이고 갈색이다. 과육 안에 든 씨는 청산가스를 발생시키는 청산배당체가 들어 있다.
▶ 복사나무 (장미과) : 핵과이고 8~9월에 황적색으로 익는다. 털이 많으며 달콤한 맛이 난다. 씨는 난형이고 과육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과육 안에 든 씨는 청산가스를 발생시키는 청산배당체가 들어 있다.
▶ 주목 (주목과) : 추운 곳을 좋아하는 나무인데 우리나라 중북부 해발 700 고지 이상에서는 볼 수 있다. 나무껍질이 붉은색이라 주목(朱목)인데 열매도 붉다. 앵두보다 붉은 육질의 헛씨껍질은 컵모양으로 감싸고 있고, 그 안에 씨가 있다. 육질의 헛씨껍질은 먹을 수 있다. 새도 주목 열매를 즐겨 먹는데, 씨는 소화가 안되어 배설하여 주목이 자손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씨는 유독성분이 있어 씹어먹으면 사망할 수 있다. 맛있는 것은 먹었으니 씨는 뿌려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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