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숲에 가면 편안한 이유가 있다
도시에 살면 신경 쓸 일이 많다. 하는 일이 그렇고 사람과 기기에서 멀어질 수가 없다. TV를 안 본다고 하여도 사람들은 핸드폰을 붙잡고 무얼 열심히 본다. 우리가 도시를 벗어나면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적어지고, 숲에 가면 편안함을 느낀다. 숲에 들면 주의를 회복시키고 편안함을 느끼는 유전자가 우리 몸에 있기 때문이다. 숲 속에 몇십 분 있으면 스트레스가 줄고 신경 쓰던 일이 줄어드는데, 몸속에 있는 스트레스호르몬과 교감신경계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숲에 들어서면 향긋한 냄새에 코끝이 맑고 시원하다. 나무에서 쏟아내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는 뜻을 지닌 치드(cide)의 합성어이다. 특정한 화학성분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테르펜(terpene)과 같은 식물이 뿜어내는 물질을 포함하여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을 총칭한다. 숲에서 나는 물소리, 바람결, 새소리만 있어도 마음이 안정되는데, 피톤치드가 있으니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죽이고, 머릿속을 안정시킨다. 산소량이 많고 미세먼지가 적은 것은 당연하다. 같이 산행하던 동호인은 허리디스크가 좋아진 사람이 있고, 산에 가는 날엔 안구건조증이 없어진다는 사람이 있고, 평생 천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산에 오면 확실히 며칠간은 좋다고 하였다.
모든 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지만 나무 종류에 따라 발산량이 다르다. 낙엽 지는 나무보다는 늘 푸른 나무에서 더 많이 발산한다. 늘 푸른 나무는 대체로 척박한 땅에서 산다. 스스로 내는 낙엽이 적고 부엽토가 적으니 척박할 수밖에 없고, 양분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강력한 자기 방어를 하려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나무는 살기 위한 방편이지만 우리에겐 청량제이다. 전문가들 연구에 의하면 나무와 계절과 시간에 따라 피톤치드 양이 달라진다.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양은 편백나무, 구상나무, 삼나무가 가장 많고, 이어서 화백, 전나무, 잣나무 순이며, 다음으로 향나무, 소나무, 측백나무, 리기다소나무이다. 대체로 기온이 오르는 정오 무렵에 피톤치드가 최대가 된다. 기온이 오르면 공기 이동이 빨라져 발산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여름에 산에 들면 바깥보다 산속 기온이 서늘함을 느낀다. 산이 높아지면 온도가 낮아지고 나무 그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톤치드의 상쾌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15분 이상 도시숲이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긴장은 완화된다. 하룻밤을 숲에서 휴양한다면 면역기능이 증가하고 항암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증가된 면역력은 1개월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피톤치드를 흡수하여 신체의 활성을 높이고 혈액순환과 심리적 안정에 살균작용을 겸하게 되는 것이다. 피톤치드를 호흡하고 테르펜의 다양한 약리작용도 얻을 수 있으니 산림욕과 숲길 걷기는 우리 몸을 치유하는 아주 유용한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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