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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서울 걷기 좋은 길

북한산둘레길 3-5. 북한산성입구~교현리 / 산의 초록을 전합니다

향곡[鄕谷] 2024. 4. 20. 13:14

북한산둘레길 3-5. 북한산성입구~교현리

산의 초록을 전합니다

 

북한산성 입구- 효자리 - 밤골 - 사기막야영장 - 솔고개 - 교현리(우이령 입구)

이동거리 8.6㎞. 이동시간 3:10. 휴식시간 1:20. 계 4:30 (2024.4.19. 맑음. 11.5~24.3℃)

 

 

 

 

 

 

4월 20일 경 돌아오는 곡우(穀雨)는 모심기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날이다.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때 산에 들면 연초록 푸른 숲이 눈에 확 들어온다. 구파발에는 다른 평일에 비해 산에 가는 사람이 많다. 구파발은 조선시대 파발(把撥)이 있던 곳이라는 유래가 있는 지명이다. 파발은 공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설치한 역참이다. 산에 다녀와 산의 초록을 전하기 위한 파발꾼이 모인 셈이다. 

 

벚나무는 꽃이 지고 꽃자루만 남았고, 겹벚나무 꽃은 아직 남아 화려하다. 겹벚나무는 산벚나무의 육종이라 보기에 좋게 개발하였을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가까이 사는 꽃나무들은 봄을 일찍 맞는다. 봄은 아래에서 오기 때문이다. 백목련은 졌다. 꽃잎 안쪽이 희고 바깥은 자주인 자주목련은 이파리가 툭툭 떨어져 끝물이다. 서양수수꽃다리 꽃향기가 바람에 스친다. 우리가 라일락이라 부르는 서양수수꽃다리는 하트모양 잎을 깨물면 첫사랑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 잎 따서 깨물면 그 맛은 당연히 쓰다. 탱자나무와 모과나무 꽃은 핀 지 며칠 되었다. 

 

산으로 들었다. 북한산둘레길에서는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고 있다. 철 모르고 일찍 나온 산철쭉도 있다. 철쭉은 맑고 고상한 이미지를 지녔다. 꽃잎 위쪽에 갈색 반점 악센트와 꽃이 피기 전 붉은 꽃망울이 특히 어여쁘다. 병꽃나무·단풍나무·느티나무는 꽃망울을 제법 내밀었거나 꽃을 피우고 있다. 소태나무·백당나무·덜꿩나무는 이제 막 꽃망울을 내민다. 숨은벽능선이 보이는 사기막골로 들어섰다. 이 골에서 멋진 일은 백운대와 인수봉과 숨은벽능선이 있는 그림같은 풍경을 보는 것이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도 마음이 흡족하다.

 

계곡 깊은 곳은 봄이 늦지만 버들강아지 열매는 벌써 바람에 날린다. 버들강아지 옆에 다릅나무 잎도 털이 복실하고, 등나무도 어린 가지는 털이 복실하다. 모두 털복실이 친구다. 도로는 사람을 가려줄 나무가 적지만, 가죽나무에서 큼직하게 자라는 싹과 부대 안에서 자라는 양버들을 볼 수 있다. 양버들 수꽃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가지런히 날리는 모습이 시원하다. 양버들은 길쭉하게 빗자루 모양으로 자라고, 미루나무는 옆으로 퍼져 자란다. 양버들 잎은 길이보다 폭이 넓고, 미루나무 잎은 폭보다 길이가 길쭉하다. 양버들과 미루나무 잡종이 이태리포플러이다. 양버들이 있는 부대가 끝나면 교현리 우이령길 입구이다.   

 

북한산계곡은 연초록으로 푸르다. 사람의 발걸음은 나무의 발걸음을 따르지 못한다더니 보름 남짓 사이에 푸르름이 다르다. 괜히 산에서 봄은 발걸음이 늦다고 투정을 부렸다. 꽃이 빨리 피는 이유도 있고, 꽃이 늦게 피는 이유도 있다. 꽃이 자신의 시기에 맞추어 피어서 벌·나비를 부르고, 바람이 불어오는 때에 맞추어 피는 이유가 있다. 자연이 하는 일에 어찌 군말을 하랴. 그저 걸으며 자연 속에 잠길 뿐이다. 

 

 

 

 

귀룽나무가 있는 북한산계곡

 

 

꽃이 핀 탱자나무

 

 

꽃망울이 맺힌 소태나무

 

 

한국특산식물인 병꽃나무

 

 

철쭉은 진달래가 지는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다

 

 

덜꿩나무는 가막살나무와 달리 잎 아래 턱잎이 있다

 

 

백운대, 인수봉, 숨은벽능선이 보이는 사기막골

 

 

다릅나무 연두빛 잎

 

 

선밀나물은 개암나무처럼 잎에 갈색 무늬가 있다

 

 

봄이 한창 들었을 때 봄맞이 꽃은 핀다

 

 

서양수수꽃다리는 서양에서는 라일락, 리라꽃은 프랑스어 이다

 

 

느티나무 꽃망울

 

 

양버들 수꽃이 바람에 날려 수평으로 가지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