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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 타초경사 (打草驚蛇)

향곡[鄕谷] 2024. 8. 6. 08:16

 

말속에 자연 9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타초경사 (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打草驚蛇. 타초경사) '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한쪽을 징벌해서 다른 한쪽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심리를 조정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어 서쪽에서 적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와 같은 말이다. 당나라에서 부패한 현령을 보고 백성이 부하를 고발하자 현령이 겁을 먹고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예가 그것이다. 병법에서 뱀을 찾기 위해 풀밭을 두드린다는 것은 적정을 미리 살피는 것을 말한다. 변죽을 울려서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오래전에 포천 불무산에 갔었다. 엉겅퀴가 우거진 경사가 있는 산길에 오르다가 독사에 물렸다.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던 녀석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1인치 정도 간격의 이빨자국이 등산화 위쪽 다리에 선명하였다. 따끔한 통증이 있은 후에 발을 디디지도 걷지도 못하였다. 핸드폰이 안 되는 곳이라 친구가 119에 신고하러 마을로 뛰어 내려갔다. 소방서 앰뷸런스에 실려가서 포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리는 뱀독이 퍼져 누렇고 초록빛이 되었다. 그런 후 한 달간 다리를 디디기 힘들었다. 그 후로 엉겅퀴 가시를 보면 독사의 이빨이 생각나고 막대기만 봐도 뱀처럼 보였다. 엉겅퀴 이름이 피를 엉기게 하여서 지은 이름이라는데, 나에겐 따끔한 독사에게 물렸던 고통으로 다가온 것이다.

 

산에서 뱀은 가끔 보지만 양평에 있는 소구니산에서는 물러설 줄 모르는 뱀을 만난 적이 있었다. 뱀은 비키지도 않고 고개를 쳐들고 길을 막고 있었다. 이와 같이 전투적인 녀석은 처음 보았다. 할 수 없이 돌아서 갔다. 그래서 산길에선 풀숲을 지날 땐 스틱으로 툭툭 치면서 다니는 것이 좋다. 손자병법에 '풀을 쳐서 뱀을 물리친다'는 말은 풀이 많은 숲길을 걸을 때 적용할 수 있다. 산길에서는 말 그대로 뱀을 쫓고 뱀을 피하는 방법에 쓰는 것이다. 여름에 산에 가는 사람들은 길이 좋더라도 막대기라도 들고 다녀야 한다. 스틱으로 땅을 짚어 소리를 내거나 풀(草)을 쳐서(打) 뱀(蛇)을 놀라게(驚)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렇게 하여 뱀이 도망가는 것을 몇 번 보았다. 밤을 따러가는 사람들도 장화를 신고 산에 오른다. 숲길을 걸을 때는 발목에 스패츠를 하고 오르는 것도 뱀에 물리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지느러미엉겅퀴 / 포천 불무산 (2008.5.25)

 

 

뱀 / 무갑산 (경기도 광주. 2016.8.27)

 

 

함왕봉 (경기도 양평. 201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