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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糟糠之妻) /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

향곡[鄕谷] 2024. 8. 5. 11:08

말속에 자연 8

 

조강지처(糟糠之妻)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

 

 

조강지처(糟糠之妻)란 말이 있다. 조(糟)는 술지게미를 말한다. 쌀로 술을 빚을 때 술이 익으면 남은 지게미를 베에 싸서 꼭 짠다.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가 조(糟)이다. 가축의 사료로 쓴다. 강(糠)은 쌀겨이다. 벼를 수확한 후에 겉껍질인 왕겨를 벗겨낸 쌀이 현미(玄米)이다. 현미를 정미소에 가서 정미(精米)하면 흰쌀이 된다. 정미 과정에서 나오는 껍질 부스러기가  쌀겨이다. 왕겨는 연료로 쓰거나 사과 상자 완충제로 썼다. 쌀겨도 가축사료로 썼는데, 배고픈 시절에는 죽도 쑤어 먹었다. 쌀겨는 변질이 잘 되어 실온에 오래 둘 수가 없다. 쌀겨는 쌀겨기름인 미강유(米糠油)를 만드는 데도 쓴다. 

 

조강지처는 먹을 것이 없어서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함께 고생한 아내를 가리킨다. 후한 때 광무제가 과부가 된 누이 호양(湖陽)공주의 배필로 송홍(宋弘)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광무제는 '귀하게 되면 친구도 바꿀 수 있고, 부유해지면 아내도 바꿀 수 있다 (貴易交 富易妻)'는 속담을 인용하여 송홍에게 의중을 타진하였다. 이에 송홍은 "빈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술지게미를 함께한 아내는 버려서는 안 된다 (貧賤之交 不可忘, 糟糠之妻 不下堂)"는 말을 들었다고 하면서 아내를 버리고 공주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강지처는 여기서 나온 말이다.    

 

「사기(史記)」에서 사마천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인간 도덕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예절에 있어 결혼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부부의 사랑은 만물을 낳고 기르는 근원이다. 때문에 부부의 인연을 맺는 데는 신중한 배려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부부의 애정은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임금도 신하로부터 그것을 뺏을 수 없으며, 부모도 자식으로부터 그것을 뺏을 수 없다. 이것이 천명(天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조선시대 문인 어유봉은 시를 지어 아내에게 주었다. '노랗게 국화가 피어 아름다운 계절 가을날 / 당신이 인간 세상 내려온 것은 좋은 인연이었네 / 기쁜 일 슬픈 일 다 겪고 함께 백발이 되었는데 / 술지게미 함께 할 날 그 몇 해나 남았겠는가'.라 하였다.

 

부부가 살아가며 갈등이 왜 없겠는가. 서로가 너무 잘 알기에 따지고 싸우면 자존심만 상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불화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퇴계도 금슬이 그리 좋지 못하였지만 그 역시 부부가 불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박맞을 이유를 제외하면 남편에게 있다고 했다. 퇴계는 상대를 원망하기 앞서서 스스로 행실부터 돌아보며 반성하였다. 자신도 아내의 성품에 불미스러운 점이 많아도 남의 이목에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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