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7
사이비(似而非)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맹자》 진심 편(盡心編)에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하기 때문이다"라고 공자가 한 말을 인용한 문구가 있다. 여기서 사이비(似而非)가 나왔다. 비슷하면서 아닌 것이 사이비(似而非)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사이비를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본질은 아주 다른 것'이라 나온다. 공자가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 것은 참된 것과 혼동을 주기 때문이라 하고, 사이비를 도덕의 적'으로 규정하였다. 맹자는 '사이비는 사람을 현혹하게 해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예를 든 가라지가 있다. 논에서 벼와 피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보리밭에서 보리와 가라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공자와 맹자는 참된 것과 참되지 않은 것으로 구별하였고, 농부는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한다. 원래 잡초란 없다. 세상에 잡초란 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 주된 농사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이 잡초일 뿐이다. 벼 속에서 보리가 나오면 보리가 잡초가 된다. 벼를 심은 논과 보리밭에서는 피와 가라지가 잡초이다.
피는 한자로 패(稗)인데, 중국의 「시경」과 「본초강목」에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여 중국으로 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는 식물이다. 속명은 '밤송이풀'이란 뜻이고, 종소명에는 '식용'이란 뜻이 있어 오래전부터 재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오곡에는 '피'가 있지만 우리는 '피'가 없다. 피가 워낙 많아서 피를 뽑느라 농부들은 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피 다 뽑은 논 없고, 도둑 다 잡은 나라 없다'는 속담도 있다. 논의 피는 뽑아도 뽑아도 자꾸 난다는 말이다. 옛날에 패관(稗官)이라는 관직이 있었다. 세상에 돌아다니는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모아 민심을 전하는 관리이다. 논에서 나는 피(稗)처럼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모아 패관소설이 나왔다.
가라지는 그냥 이름 없는 잡초로 남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기억에도 잘 없다. 조와 강아지풀의 잡종으로 강아지풀에 가깝게 생긴 풀이다. 한자로는 강아지 풀 유(莠)로 나온다. 한자로 구분이 안 되거나 같이 쓰는 식물인 것 같다. 풀 초(草)에 빼어날 수(秀)로 된 상형문자로 키가 커서 그렇게 썼을 것이다. 주로 보리밭에서 자라며 뿌리 발육이 좋아 보리를 싸고 영양분을 뺏어서 보리 생장을 더디게 한다. 키는 보리보다 크다. 수확물에 섞여서 방아를 찧으면 잘 찧어지지도 않고, 맛도 없고 텁텁하며 윤기도 없다고 한다. 옛날에 사람다운 행실을 못하는 사람을 '짐승만도 못한 사람' '가라지 같은 사람'이라 그랬다. 누구나 가라지를 미워하지만, 바꾸어 보면 가라지가 있기에 알곡이 있는 것이다. 가라지가 있기에 더 정성 들여 곡식을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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