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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초보은(結草報恩) /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향곡[鄕谷] 2024. 7. 24. 11:15

 

말속에 자연 4

 

결초보은(結草報恩)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을 돌보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며, 죽으면 풀을 묶어 은혜에 보답한다는 것이다. 거기엔 이런 고사가 있다. 진(晋)나라 위무자(魏武子)란 사람이 병으로 누워 있을 때에 아들 위과(魏顆)를 불렀다. 자기가 죽거든 자기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라 했다. 그러나 죽을 임시에 정신이 혼미할 때에는 시집보내지 말고 자기와 같이 묻으라고 유언했다. 아들은 그의 부친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말대로 위무자의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주었다. 얼마 후 진진(秦晋)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위과의 군대가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을 때 풀을 묶어 진(秦) 나라 군사가 걸려서 넘어지게 하여 위과의 군사를 구한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이 꿈에 나타나서는 나는 당신 아버지 첩의 아비로서 당신이 내 딸을 죽이지 않고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 준 그 은혜에 보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묶은 풀이 그령이다. 노인은 그령을 보은의 풀로 썼다. 

 

그령은 벼과식물로 산지 길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여러 대가 나와 큰 포기로 자라는데 가지는 많이 갈라져 옆으로 퍼진다. 높이는 30~80㎝ 정도이고, 잎도 높이에 비해 길어서 30㎝ 정도 된다. 8~9월이 되면 녹황색 꽃이 핀다.  '그령처럼 살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생명이 강하다. 암그령에 해당하는 것을 그냥 그령이라 한다. 그렇게 나오는 잎과 많이 갈라져 나오는 가지를 잡아서 묶는다. 수크령으로 묶거나 다른 사초를 쓸 수도 있다. 수크령은 많지도 않고 키가 커서 묶더라도 표시가 난다. 제일 많기도 하고 잘 묶을 수 있는 것이 그령이다. 수크령은 남자 그령인 셈이다. 이삭 모양이 크고 느낌이 씩씩하다. 수그령이 수크령이 되었다. 꽃잎이 없는 수크령은 여름에 연한 분홍색 꽃차례를 만들기 시작하여,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자줏빛이 되고, 연갈색 열매로 있다가 희게 부푼 씨앗을 날리고서 말라서 겨울을 보낸다. 

 

아이들은 풀을 묶어서 학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넘어지게 장난을 친다. 풀대가 질겨서 손으로 묶으면 질감이 손에 들어오고 뽀득 소리가 난다. 풀을 묶어 놓고서 다른 풀을 슬쩍 가리면 잘 보이지 않는다. 묶어 놓은 채로 두고 간다면 마을 어른이 넘어질 수도 있고 소가 걸릴 수가 있으니 위험하다. 

 

결초보은 고사에 연관하여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이라는 말이 있다. 착한 일을 하는 집안에는 경사가 뒤따른다는 말이다. 선업(善業)에는 과보(果報)를 받는다. 현재 받는 과보를 보면 전생에 한 일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였는가 자신에게 물어본다. 자신이 무언가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도 물어본다. 삶이 소중한 것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며 도움이 되고 따뜻함을 나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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