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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

향곡[鄕谷] 2024. 7. 23. 09:11

말속에 자연 3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

 

 

쑥이란 이름은 '쓰다(苦)'와 어근이 같은데, 약용이나 식용을 할 때 조금 쓴맛이 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쑥쑥 잘 자라서 쑥이란 말도 있다. 쑥은 몇 종류(넓은잎외쑥, 맑은대쑥 등)를 제외하면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산다. 쑥은 잎 뒤에 하얀 털이 빽빽하다. 쑥이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이유는 잎 뒷면에 털이 있어 통기성을 떨어뜨려 수분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국화과 식물은 꽃이 화려하여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쑥은 국화과식물인데도 꽃이 화려하지 않다. 7~10월에 피는 꽃은 잎색과 비슷한 노란색으로 수수하다.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라 화려할 필요가 없다. 

 

쑥은 자라는 속도가 빨라 무성하게 크면 온통 쑥밭이 된다. 쑥대밭이라고도 한다. 쑥대는 쑥의 줄기를 이르는 말이다. 쑥대밭은 쑥이 우거져 있는 거친 땅이나 매우 어지럽거나 못 쓰게 된 땅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쓴다. 봉두난발(蓬頭亂髮)이란 말도 있다. 봉두(蓬頭)가 쑥대머리이다. 웃자란 쑥 줄기가 긴 머리털처럼 마구 흐트러진 모양을 가리킨다. 지금은 봉두(蓬頭)를 무성한 쑥대와 같이 흐트러진 머리털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장자(莊子)는 쑥(蓬)이 무성하게 자라서 들을 덮는 것처럼 잡념으로 가득 찬 마음을 봉심(蓬心)이라 했다. 모두 쑥이 잘 자라서 무성한 데서 생긴 말이다. 

 

쑥은 원래 굽어서 자란다. 그러나 '삼밭에서 자라는 쑥(麻中之蓬)'은 삼(麻)처럼 곧게 자란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 주위의 영향을 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삼은 곁가지 없이 곧게 자라는 식물이고, 쑥은 곁가지를 많이 치며 자라는 식물이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려면 삼이 햇빛을 막기 전에 곧게 자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삼'이란 환경이 '쑥'이라는 인간을 곧게 자라게 했다는 상징적 의미로 쓴다. 이종 간 경쟁에서 한쪽이 다른 쪽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예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듯이 말이다. 순자(筍子)는 아들의 성품을 알 수 없거든 그 아들의 친구를 보라 했다. 사람은 유유상종(類類相從)하고 친구의 감화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하지만 가장 귀한 것이 쑥이다. 국이나 떡을 해 먹는 쑥은 3~4월에 뜯는데, 쑥떡을 하는 데는 5월 상순에도 뜯는다. 쑥이 어릴 때는 쑥국을 끓이고, 자라면 쑥버무리를 하고, 더 자라면 인절미나 절편 송편을 해 먹는다. 데쳐서 쑥밥을 해 먹어도 맛있다. 어른들은 쑥국 3년이면 속병을 다 고친다고 하였다. 단오가 지나면 쓴맛이 나서 잘 먹지 않는다. 잎이나 꽃을 말려 차도 만든다. 약으로 쓰는 쑥은 독이 오르기 직전인 단오쯤에 뜯는다. 약쑥은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였다가 달여서 마신다. 

 

쑥은 예로부터 부인병에 좋은 약초로 알려졌다. 해독제, 진통제, 강장제, 혈액순환, 감기증상 완화, 항암, 손발 저리고 경련에 효과가 있다. 설사가 날 때는 말린 쑥에 생강을 넣고 달여 마신다. 코피가 날 때도 쓴다. 어릴 때 코피가 나면 잘 말린 쑥을 비벼서 코를 막으면 피가 멎었다. 깨끗한 쑥잎을 찧어 벌레나 뱀에 물린 데도 발랐다.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쑥뜸용 강화약쑥은 잘 알려져 있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개똥쑥은 기존 항암제보다 항암효과가 120배 있다. 중국의 과학자 투유유는 개똥쑥에 있는 성분을 이용하여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였다.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하여 2015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쑥은 인류에게 약용이나 식용으로 역사가 아주 오래며, 향이 나는 신령스러운 식물이다. 

 

 

 

쑥 / 경기도 성남 (2020.3.13)

 

 

쑥 / 가거도 (전남 신안. 2020.7.16)

 

 

쑥 / 한강 잠실지구 (2018.9.13)

 

 

사철쑥 / 말도 (전북 군산. 2023.5.9)

 

 

사철쑥 / 소매물도 (경남 통영. 2023.5.9)

 

 

맑은대쑥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4.16)

 

 

 

 

개똥쑥 / 대청도 (인천 옹진. 2022.6.17)

 

 

개똥쑥 / 청량산 (경기도 광주. 202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