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6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이다. 갈등은 일이나 사정이 칡넝쿨과 등나무가 얽혀 있는 것과 같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서 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칡이나 등나무가 다른 나무를 감고 있어 얽혀 있는 것은 풀기 어렵다. 그런 두 나무들이 서로 엉켰으니 더 어렵다. 세상에 그런 갈등이 많다. 고부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 정치적 갈등, 종교적 갈등 등 사람 사는 데에는 갈등이 많다.
칡(葛)은 콩과인 덩굴식물이다. 칡의 옛말 츩은 칭칭 감는다는 칠기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본다. 칡이 뻗어나가고 굵어지는 것은 해마다 다르다. 생장에 필요한 거친 땅에서도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잘 산다. 줄기는 건조하여 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건조한 곳에서 잘 사는 이유는 줄기와 잎에 털이 많아 건조한 것을 잘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칡은 번성하면 숲에게는 위협이다. 하지만 칡은 잘 보존된 자연림에서는 살지 않고 인간의 간섭이 있었던 조림지에서만 산다.
전라도와 경상도 경계에 화개(花開) 장터가 있다. 꽃이 피는 장터라는 아름다운 지명이다. '화개'란 지명은 칡꽃에서 유래했다. 옥천사(쌍계사 전신) 창건설화에 이곳이 겨울에도 따뜻하여 칡꽃이 핀다고 화개라 했다는 것이다. 여름에 피는 칡꽃이 겨울에도 핀다니 따뜻한 곳이다. 칡은 부정적으로 본 것과 달리 쓰임새가 많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칡은 구황식물이었다. 칡뿌리를 캐서 칡묵이나 칡죽을 해 먹었다. 요즈음엔 건강식품으로 쓴다. 칡뿌리를 끓여 칡차로 마시고, 음주 뒤에 효과가 있다고 칡즙을 마셨다. 녹말가루와 섞어서 칡국수도 먹고 삶은 칡덩굴 껍질은 갈포벽지를 만든다. 그밖에 끈, 바구니, 소 코뚜레, 연장 자루 등 쓰임새가 많다.
등(藤)은 콩과식물로 잎 지는 덩굴나무이다. 등(藤)은 풀 초(草)와 물 솟을 등(騰)이 합쳐진 글자로 위를 향해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칡이나 등은 한자를 만들 때는 모두 풀로 보았던 모양이다. 원래 이름은 참등인데 학명은 Floribunda이다. '꽃이 많다'는 뜻이다. 등꽃은 은은하면서도 향기의 단맛이 진하다. 등꽃은 아름다워 경관용으로 심고 옛시에도 가끔 나온다. 따뜻한 곳을 좋아해 남쪽지방에 많다. 부산 금정산에는 등운곡이 있다. 등나무가 많아 붙은 이름인데 이곳 등나무는 천연기념물이다. 등꽃을 말려 신혼부부 침구에 넣어주면 부부 금슬이 좋다는 말이 있다. 줄기는 지팡이나 의자를 만들었다. 칡나무는 꽃도 좋지만 그늘도 좋다. 공원이나 학교에 가면 등나무가 꼭 있다.
덩굴식물은 정한 방향으로 감아서 오른다. 일부러 감는 방향을 바꾸어 놓아도 원래 자기가 돌던 방향으로 바꾸어서 오른다. 식물마다 유전자가 있어 그걸 어기지 않고 지키고 있다. 감을 때 닿는 부분은 세포 분열이 느리고 반대 부분은 세포 분열이 빨라서 굽어서 감아 오른다. 왼손으로 줄기를 잡고 엄지 방향으로 감는 것을 '왼쪽 감기'라 하고, 오른손으로 줄기를 잡고 엄지 방향으로 감는 것을 '오른쪽 감기'라 한다. 칡은 왼쪽으로 감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오른다. 칡과 등나무를 같이 심어 두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며 뒤틀려서 그야말로 갈등이 생겨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어릴 때 부모들은 밥 먹는 것을 오른손으로 먹게 하고, 가르칠 때도 오른손을 '밥 먹는 손'이라 했다. 세상은 오른손잡이가 많다. 그래서 왼손잡이가 불편한 경우가 있다. 이제는 그런 일도 자연스럽게 두는 세상이 되고 있다. 갈증을 해소하려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정작 칡뿌리인 갈근(葛根)은 갈증(渴症)을 해소해 준다. 갈등의 뿌리는 당신이 친절하지 않기에 생긴 당신 책임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사실 숲에는 갈등을 볼 수가 없다.
○ 칡 (콩과)
○ 등나무 (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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