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10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이 글은 고전명구선(古典名句選)이란 책을 읽다가 본 대목이다. 중국 후한말기 위나라 시인인 왕찬(王粲)이 쓴 시에 나온다. 지구상에 동물이 150만이고, 그중에 곤충이 100만이다. 그 많은 곤충들은 대부분 식물을 먹는다. 이것저것 먹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먹이가 있다. 편식을 하는 셈이다. 좋아하는 먹이를 찾게 된 것은 시간이 쌓이며 적응한 먹이식물이다. 식물에 독이 있든 없든 곤충은 익숙해진 먹이를 먹는다. 곤충이 먹는다고 사람도 따라먹다가는 큰일 날 일이다.
동식물 모두 위험에 처했을 때 방어무기를 사용한다. 수많은 식물들은 특성물질을 분비함으로써 다른 식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의 영토를 지킨다. 식물 중에서 독물질로 적극적인 방어를 하는 것도 있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본래의 먹이에 집착하여 새로운 서식지가 제공하는 먹이를 거부한다. 애벌레는 화려한 색깔로 자신은 독이 있으니 먹이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린다. 나비가 되어서도 이 독은 남아 있어 나비를 공격하는 새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한다. 어떤 나방은 접촉에 의해 알레르기와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버드나무와 참나무류는 곤충들이 가장 많이 먹이식물로 삼는다. 많은 곤충을 먹여 살리는 대표 나무다. 칡만 하여도 바구미와 왕팔랑나비가 모이고, 세줄나비는 단풍나무를, 암먹부전나비와 푸른부전나비는 싸리를 먹이식물로 삼고, 굵은줄나비는 조팝나무를, 꽃매미는 가죽나무를, 대만흰나비는 배추에 날아와서 배고픔을 해결한다.
여뀌는 숲이나 냇가에 무리지어 산다. 잎을 씹으면 매운맛이 난다. 그래서 영어 이름은 'Water pepper'이다. 여뀌를 찧어서 냇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맥을 못 추고 천천히 움직인다. 이때 물고기를 건져서 잡는다. 그렇게 매운 여뀌에 벌레가 찾아온다. 현호색은 얼었던 대지가 녹으면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열매를 맺은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현호색은 독이 있어 나물로 먹을 수 없는데, 모시나비가 주 고객이다. 초여름에만 구경할 수 있는 모시나비는 빨리 날지 않아서 관찰하기 좋다. 박주가리 가지를 꺾으면 하얀 액이 나온다. 거기에 독성분이 있어 작은 동물들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박주가리에 왕나비나 제비나방이 달려들고, 중국청람색잎벌레도 빠지지 않는 단골고객이다.
족도리풀도 전체에 독이 강하다. 꽃향기는 버섯 썩는 냄새가 나는데도 애호랑나비가 찾는 단골가게이다. 애호랑나비는 진달래가 피는 열흘 정도만 볼 수 있다. 족도리풀 아래는 곤충들이 달려드는데 개미도 고객이다. 산에 가서 때죽나무나 쪽동백나무를 살피보면 어린 가지 끝에 바나나모양으로 생긴 벌레혹을 볼 수 있다. 때죽납작진딧물이 살며 나무의 즙을 먹는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는 꽃은 맑지만 독이 있다. 철쭉도 꽃에 독이 있는데 거기에도 꽃등에잎벌이 달려든다. 메꽃의 뿌리를 메라 하는데, 갯메꽃 뿌리는 독하여 먹지 않는다. 갯메꽃에는 박각시가 날아든다. 육지에 나팔꽃이나 고구마꽃에 박각시가 찾아오듯 박각시는 그렇게 생긴 꽃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단물이 흐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진딧물이나 곤충들이 찾아든다. 식물의 모든 모든 조직이 곤충을 비롯한 모든 초식자에게는 약탈의 대상이 된다. 적들을 피할 수 없는 식물은 몸속에서 적들을 물리칠 독을 만들거나 가시 등 장애물을 만든다. 식물은 일부가 뜯겨나가도 최선의 준비를 한다. 준비를 하되 그렇지 못하면 받아들인다. 곤충들은 식물의 생산물을 근거로 살아간다. 그러면서 좋아하고 적응한 식물이 생긴다. 곤충은 꽃가루받이를 하여 식물의 번식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파괴자의 역할도 한다. 탐욕의 사회에서도 식물은 살아가고 무너지지 않는다. 견제를 하기 때문이다.
※ 사진 : 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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